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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교법인 이사장은 120년 동안 어떻게 4대가 세습됐는가, 김성수부터 김재호까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8-0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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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교법인 이사장은 120년 동안 어떻게 4대가 세습됐는가, 김성수부터 김재호까지
▲ 고려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이사장직은 120년 동안 한 가문에서 대물림해왔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고려대학교는 2025년에 개교 12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긴 역사만큼이나 길게 지속되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이사장직 대물림 시스템이다. 

◆ 100년 넘는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세습의 역사

고려대학교는 한국 명문 사학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이사장직을 세습해 온 곳이다. 

고려대학교의 전신은 대한제국의 탁지부 대신을 지낸 충숙공 이용익 선생이 1905년 설립한 보성전문학교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훗날 대한민국 제 2대 부통령을 지내는 인촌 김성수가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으며, 해방 직후인 1946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며 ‘고려대학교’로 탈바꿈했다.

고려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이사장 자리는 철저하게 직계 장남 중심으로 세습되어왔다. 

김성수 전 부통령이 초대 주무이사를 지냈고 김 전 부통령의 장남인 김상만 전 이사장은 5~8대, 그 장남인 김병관 전 이사장은 11~12대, 또 그의 장남인 현 김재호 이사장은 16~19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비록 중간중간 김성수의 지인인 이활 전 이사장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 역시 김성수와 오랜 친분을 유지한 인물이었고, 장기적으로 보면 오너일가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기업과 다르게 쪼개지지 않는 재단법인, 그 비결은 ‘리스크 없는 승계’

오너 가문의 승계는 재계에서도 무수히 반복되는 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은 승계 과정이 여러번 반복될수록 상속세 부담, 지분 분할, 상속인 사이 충돌 등으로 조직이 재편되거나 외부로 경영권이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재단법인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지분이라는 ‘재산’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승계할 지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재단법인이 권력을 대물림하는 매개는 ‘이사장’이라는 직함과 권한이다. 이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만 완벽하게 가문의 통제 아래에 둔다면, 재단법인의 이사장 가문은 세금 등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함과 권한만을 세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투명성 장치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고려대학교는 개방이사 제도, 외부 감사 도입,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으로 형식적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실질적으로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여전히 뚜렷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5년 현재 고려중앙학원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오너일가로 분류되는 인사는 김재호 이사장과 김병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등 2명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외부 인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려대학교 교수 출신, 혹은 동아일보 출신 인사들이 눈에 띈다. 김재호 이사장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인물들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박명식 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 김진성 전 고려사이버대학교 총장, 김영훈 전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은 모두 김 이사장과의 직간접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인물들이다. 특히 총장 등 주요 자리는 재단의 승인과 추천을 거쳐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사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 등 김 이사장이 무시하기 어려운 거물급 이사들도 곳곳에 포진해있지만, 이사회 내 소수의 외부 인사가 실질적 견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또한 만약 이들이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운영에 커다란 관심이 없다면 더욱 쉽게 이사장 자리를 세습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는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안건이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사회 회의록만으로 실제로 어떤 토론이 오갔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이라는 문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이사회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독립적이지 않다는 예시가 될 수 있다. 

◆ 공공성과 이익충돌의 경계에서, 개방이사 제도 강화 논의도

고려대학교는 연세대학교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립 명문대학이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교육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명문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신뢰도 높고, 정부의 예산 지원도 적지 않다. 

물론 현재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가문의 이익과 공공성이 크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은 드러나있지 않다. 하지만 이사장의 막대한 권한, 그리고 그 권한이 직함을 매개로 세습되는 구조는 고려대학교의 공공성을 언제라도 훼손할 수 있는 리스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쪽에서는 현재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사학법)의 구조적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개방이사제도의 강화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개방이사제도란 학교법인 이사의 20% 이상을 설립자와 관계 없는 인물로 선임하도록 강제해 설립자 가문의 전횡을 견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개방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도 이사회의 영행력이 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영남 인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대학지성에 기고한 글에서 “이사회의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영구적 규범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나 지금으로서는 개방이사제도만이라도 최초의 모습 또는 그 이상으로 되돌려야 한다”라며 “개방이사 후보의 추천 권한을 대학평의원회의 고유한 업무로 처리하거나 대학에 따라서 개방이사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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