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7-29 16: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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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 주가가 리튬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주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애증이 뒤섞인 종목으로 평가된다.
▲ 개인투자자들은 2023년 2차전지주 투자를 크게 늘리며 배터리 투자 열풍을 이끌었다. 사진은 3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를 찾은 일반 관람객 모습.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는 2차전지주 주가가 최근 2년 사이 하락할 때도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다. 시장에서 지금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만큼 개인투자자의 주가 회복 기대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상품이 7월 들어 전날까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상승률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41.38% 뛰어 1위에 올랐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가 36.17% 상승해 뒤를 이었다.
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말고도 2차전지 관련 상품은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자산운용의 ‘SOL 2차전지소부장Fn’이 23.59% 올라 5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이 22.68% 상승해 7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이 20.11% 뛰어 9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이 19.70% 올라 10위를 차지했다.
상승률 상위권 10위 안에 2차전지 관련 상품이 6개 포진한 것인데 국내 주요 2차전지주 주가의 전반적 강세가 ETF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주요 2차전지주 주가를 보면 7월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31.99%), 포스코홀딩스(21.26%), 삼성SDI(10.59%), 포스코퓨처엠(15.27%), 엘앤에프(33.67%) 등 크게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에코프로(10.52%), 에코프로비엠(9.34%) 등의 주가도 10% 남짓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5.17%와 2.94% 상승했다.
2차전지주 주가는 전기차시장 확대 기대감을 타고 2023년 상반기 급등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하며 2차전지는 국내 주식시장 확실한 테마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상반기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1위 포스코홀딩스, 2위 에코프로, 3위 에코프로비엠 등 상위권을 모두 2차전지주가 차지했다.
하지만 2023년 여름을 정점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우려가 일며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조금 이슈 등이 더해지며 올해 상반기까지 2년 가까이 하락세를 보였다.
하락폭도 적지 않았다.
국내 2차전지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일반 ETF를 기준으로 보면 SOL 2차전지소부장Fn은 2023년 7월 1만4천 원대까지 올랐다가 올해 5월 2900원으로 80% 넘게 빠졌다.
같은 기간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와 TIGER 2차전지소재Fn도 각각 1만7천 원대와 1만5천 원대를 찍은 뒤 올해 5월 3천 원 아래로 내려갔다.
세 상품 모두 2차전지 바람을 타고 2023년 나왔는데 상장한 지 얼마 안 돼 고점을 찍고 최근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주가가 이렇게 빠르게 내리는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의 2차전지 사랑은 이어졌다.
2023년 하반기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1위 포스코홀딩스, 2위 LG화학, 3위 LG에너지솔루션, 4위 삼성SDI, 5위 포스코퓨처엠 등 1위부터 5위를 2차전지주가 휩쓸었다.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도 2차전지주다. 개인투자자는 상반기 삼성SDI를 1조268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가 상반기 1조 원 넘게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SDI와 현대차 둘 뿐이다.
최근 2차전지주 주가 상승은 리튬 가격 상승이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17일 대형 리튬채굴업체인 장거광업의 중국 내 최대규모 리튬매장지의 생산중단을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공급과잉 완화 기대감에 리튬 가격이 오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산리튬 가격은 25일 기준 현물가가 kg당 70.4위안까지 오르며 6월 연간 최저가 대비 19%가량 상승했다”며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 가격 반등으로 납품가와 원재료가가 연동되는 양극재 소재업체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점진적이지만 전기차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는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된다.
유 연구원은 “국내 대표 2차전지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전기차 캐즘이 완화 기조에 들어서 수요 변동성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배터리업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다소 긍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 3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부스 전시된 원형 배터리를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주행 기대감과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산업 구조변화 흐름도 2차전지주 주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멀게 만 느껴졌던 자율주행 서비스가 2025년 들어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하며 전기차 및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K-배터리 반등의 실마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감세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시행으로 2026년부터 미국 ESS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퇴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 ESS시장은 국내 배터리업체에 큰 기회 요인으로 국내 배터리산업의 제2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진행되는 관세협상이 2차전지주 투자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관세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한 8월1일 이전 관세율이 25%에서 낮아진다면 2차전지주 비중 확대, 25%가 유지된다면 중립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25% 관세율이 15%로 절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수요 회복이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지금의 주가 상승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안나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기업실적 개선 등으로 긍정적 주가 흐름이 기대되지만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유럽 내 제한적 가동률 개선,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 지속, 밸류체인별 실적 변동성 등으로 다른 섹터 대비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