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경영권 분쟁을 경험했던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사장이 자녀들에게 뒤탈 없이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겸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의 아버지 박승복 전 샘표그룹 회장은 1997년과 2006년 두 차례 이복형제 사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샘표 경영권을 지켰다.
박승복 전 회장은 이렇게 어렵사리 확보한 경영권을 아들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줬다.
박진선 사장으로서는 두 번 다시 샘표그룹에서 가족 사이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막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진선 사장의 장남 박용학 전무와 장녀 박용주씨 사이의 지분 불균형이 뚜렷해 박 사장이 순조롭게 회사를 물려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샘표그룹 승계구도와 지분현황
샘표그룹에서는
박진선 사장의 장남 박용학 샘표식품 전무가 승계구도에서 가장 도드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전무는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전무는 2011년 LG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7년까지 근무하면서 책임연구원을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1월에는 샘표식품으로 자리를 옮겨 연구기획실장을 거쳐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입사 뒤 2년 만인 2020년 상무가 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박용학 전무는 지주회사 샘표의 지분 6.58%를 보유해 2대주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샘표식품 지분은 0.0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박용학 전무의 여동생인 박용주씨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샘표 지분 0.13%와 샘표식품 지분 0.76%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샘표그룹 오너 남매, 한진그룹의 전철 밟을까
재계에서는 박용학 전무와 여동생 박용주씨 사이 지분 불균형을 극복하고 승계작업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샘표그룹에서도 과거 한진그룹과 같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201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망 뒤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남매가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놓고 충돌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영복귀 지연에 불만을 품고 2020년 사모펀드 KCGI 및 반도건설과 이른바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해임을 추진했다. 조원태 회장은 델타항공을 비롯한 우호세력을 확보해 이에 맞섰다.
결과적으로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2021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3자 연합'이 해체될 때까지 2년간 한진그룹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뼈아픈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에서는 이른바 '장자승계'라는 원칙에 따라 경영권 승계가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엄연히 상속법에는 원칙적으로 자녀 사이에 평등한 상속분을 나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증여나 유언으로 법정상속분보다 적은 상속을 받았을 때 법적으로 보장된 유류분(최소한의 상속재산)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녹십자그룹이나 BYC와 같은 기업이 이 제도로 법적 분쟁을 겪은 바 있다.
◆ 박승복 전 회장의 경영권 사수, 두 차례 지난했던 분쟁
샘표그룹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박진선 대표 아버지 박승복 회장은 1997년 이복동생 박승재 전 샘표식품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박 전 사장은 박승복 회장과
박진선 사장이 추진하던 사업다각화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승복 회장은 의결권 67%를 확보해 자신이 추천한 11인의 이사 선임안건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박승복 회장은 2006년부터는 박승재 전 사장으로부터 지분을 매수한 사모펀드 마르스 1호와 6년간 2차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마르스 1호는 공격적으로 샘표 지분을 사들였고 샘표 특수관계인과 지분 차이가 0.4%포인트로 대폭 좁혀졌지만 풀무원이 샘표의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샘표그룹 오너일가는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스 1호는 6년간 50% 넘는 수익률을 거둔 뒤 2012년 보유 중인 지분을 샘표에 전량 넘겼고 샘표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한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