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7-24 13: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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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신라가 신라면세점의 부진 탓에 2분기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이 허용되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신라면세점이 호텔신라에 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성수기를 맞이한 호텔사업부가 돈을 벌어 와도 신라면세점이 적자로 이를 까먹으면서 2분기 실적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도 손을 쓸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그나마 정부가 운을 띄워 놓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25일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다.
증권가는 호텔신라가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호텔신라의 주된 매출원인 면세유통(TR)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TR부문의 2분기 영업손실이 50억~60억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3분기부터 시작한 영업손실 행렬이 4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2020년대 들어 호텔신라가 TR부문에서 4개 분기 내리 영업손실을 본 때는 코로나19 펜데믹 직후인 2020년 1~4분기가 유일했다. TR부문이 최근 보이는 행보는 코로나19 때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그나마 호텔&레저부문이 성수기에 접어든 덕분에 분기 영업이익 200억 원가량을 내면서 수익성을 방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증권가가 호텔신라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오히려 더 높게 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지점이다.
6월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호텔신라 관련 분석리포트를 낸 여러 증권사를 보면 10곳 가운데 7~8곳은 모두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TR부문이 좋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3월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생경제 점검회의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놓고 한시적으로 비자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3분기 안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와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 정부가 2024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따른 상호적 조치이기도 하다.
최근 공개된 국무회의 회의록에서도 이런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6월10일 열린 2025년 제25회 국무회의에서 “국내에서 인정한 여행상품을 통해서 오는 중국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시범적으로 비자 없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중국의 일부 대형 도시에서 오는 경우에는 여행 상품과 관계없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까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그동안 허리띠를 조르며 버텼던 국내 면세점기업들의 매출이 회복하면서 동시에 수익성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우선 중국인의 한국 방문 증가 효과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인이 안 와서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는 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무비자 정책 효과는 중국 사례에서 입증된다. 중국 정부가 2024년 11월부터 한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는 평균 54.1% 증가했다. 족쇄만 풀어주면 얻을 수 있는 가시적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387만247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384만2246명보다 0.7% 늘었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15.9% 뒷걸음질했다.
▲ 중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호텔신라>
5월 통계를 봐도 전체 방한 외국인 수는 2019년 5월보다 9.7% 늘었으나 중국인 관광객 수는 3.2% 후퇴하며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인이 한국에 비자 없이 방문해 관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장 입구에서 ‘면세사업 부진에 대비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남겼다.
오너이자 대표로서도 면세점의 주된 고객이 찾지 않는 상황에 대응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TR부문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호텔&레저부문에서 얻는 영업이익까지 합쳐지면서 호텔신라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호텔신라는 면세산업이 한창 호황기던 2019년만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 3천억 원을 바라보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TR부문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영업이익이 548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장민지 교보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마진율 개선과 중국 무비자 입국 정책 기대가 맞물리면서 회복 기대가 유효한 구간”이라며 “면세부문의 정상화는 호텔사업 성장에 따른 재평가 가능성을 더욱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