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크캐니언 국립공원 남쪽에서 14일(현지시각) 산불이 발생해 크게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본격적인 산불 시즌을 앞두고 심각한 인력 공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미국 연방정부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국 산림청(USFS) 소방관 편제의 26%가 공백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톰 슐츠 미 산림청장이 주장한 바와는 상충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슐츠 청장은 "미국 연장정부가 산불시즌에 충분한 대비가 돼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슐츠 청장은 10일 미국 의회 상원 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소방 역량 측면에서 우리는 필요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산림청의 채용목표가 99%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공백이 심각한 것은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태평양 북서부 일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 소방관 편제는 현재 39%가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전제로 가디언 인터뷰에 응한 산림청 소방관 6명은 "인력 공백 문제가 매우 심각해 현직에 있는 소방관들의 부상과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방관은 가디언을 통해 "이번 산불 시즌을 앞두고 상당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마치 중세 고문기구처럼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혀 왔다"고 강조했다.
인력 공백이 심각한 탓에 현직에 있는 소방관들은 현재 제대로 휴식을 취할 기회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 전직 소방관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재 모든 현직자들이 노력을 기울여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은 현장에 나갈 때도 필요한 자리를 다 채우지 못한 팀 상태로 진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직 소방관은 "연방 정부가 인력을 다 채웠다고 말하는 것은 최소 인력 요건을 최대 인원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축구 경기만 봐도 이론상 11명 만으로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이는 선수들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기준 미국은 전국에서 83건의 대형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응 수준은 준비태세 4단계로 최고 단계 바로 아래다.
론 와이든 오리건주 상원의원은 상원 청문회에서 "슐츠 청장은 매우 위험한 산불 시즌 와중에 새로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이는 올해 비상 대비 부족으로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