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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 2025-07-18 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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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에서 방문객이 360도 포토존을 체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성수동은 ‘힙스터 성지’다.

과거에는 공장 지대로 빼곡해 볼 것 없는 동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개성 넘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오래된 공장들이 카페, 갤러리, 공방으로 재탄생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이런 모습이 젊은이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알려지면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공장 지대에서 환골탈태한 미국의 브루클린을 빗대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면 성수동을 필수 코스로 여긴 지 오래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성동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75만 명으로 2023년 약 190만 명보다 44.7% 증가했다.

2020년만 해도 외국인 방문 관광객이 약 9만6천 명에 불과했는데 그야말로 천지개벽했다.

성수동에는 맛집도 많지만 최근에는 패션 매장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유동인구의 급증에 따라 임대료가 늘어나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조그만 식당들이 문을 닫고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패션 브랜드가 진출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무신사는 조용히 성수동을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의 방문객들이 피팅을 위해 옷을 고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반경 700m 사이 무신사 이름을 단 거점만 7곳이다.

리테일 스토어 3곳과 브랜드 팝업 공간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로 쓰는 공간만 해도 4개가 있다. 가히 ‘무신사 왕국’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2026년 상반기 초대형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까지 열겠다는 계획을 고려하면 무신사의 왕국 만들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무신사는 성수동 유동인구의 특징이 회사의 타깃 고객층과 겹친다고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K패션을 소개하는 문화 허브이자 글로벌 패션 특화 상권이라는 점을 어필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신사는 성수동에 펼쳐놓은 거점들에 각기 다른 콘셉트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은 자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실용적 아이템 중심의 큐레이션 공간을 제공한다.

17일 방문한 매장 내부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팝 뮤직이 어우러져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피팅룸 대기 줄이 길게 이어져 고객 수요가 많다는 점을 그 자체로 입증하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29세 남성은 “평소 무탠다드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사이즈를 확인하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오프라인으로 발을 뻗게 된 이유를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 무신사 엠프티 성수의 진열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 엠프티 성수는 해외 브랜드 중심의 편집숍이다. 어두운 톤의 인테리어와 비트감 있는 음악이 대비를 이루며 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직원들의 개성 있는 스타일 또한 매장의 정체성을 더했다.

희소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엠프티 성수는 글로벌 고객의 유입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신사는 엠프티 성수의 상반기 외국인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61% 증가해 전체 매출의 약 56%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는 무신사가 2024년 9월 대림창고와 협업해 만든 편집숍이다. 대림창고는 40년 전 정미소로 처음 지어졌다가 한동안 물품 보관창고로 쓰였던 곳인데 2010년 초부터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나 행사장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성수동의 부흥을 이끈 초기 문화공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무신사는 무신사스토어 성수 대림창고로 대박을 터뜨렸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 매장은 5월 매출 32억 원을 내며 성수동 주요 패션 편집매장 가운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가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7일 방문한 현장에서는 ‘리더스 오브 서울’ 나이키 팝업 스토어와 360도 포토존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밝은 음악과 화이트 톤 계열의 매장은 무신사의 여러 성수동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점 브랜드 옷을 구경하던 23세 여성(청주 거주)은 “서울에 여행 오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라며 “평소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브랜드들을 직접 보고 입어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성수동 거점을 마련하면서 소상공인과 상생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신사 위드(with) 소담상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협업한 소상공인 브랜드 팝업 공간이다. QR연동과 스마트 미러 등 O2O(온라인에서 고객을 유치하고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 체험 기능을 강화했다.

매장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직원이 QR코드를 통한 정보 확인을 안내했다. 스마트 미러를 통한 인공지능(AI) 패션 분석 이벤트와 포토 부스 이용권 제공 등을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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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 위드(with) 소담상회의 포토 부스.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 스페이스 3ᐧ4와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는 브랜드 팝업 전시 및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며 입점 브랜드들의 유연한 마케팅 채널이자 신제품의 시험 무대 역할을 수행한다.

무신사는 이처럼 각기 다른 콘셉트의 매장들을 운영하면서 각 매장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성수동 내 ‘무신사 생태계’를 강화하는 종합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 무신사의 설명이다.

무신사는 부동산 투자로 ‘무신사 왕국’의 밑그림에 색을 입히고 있다. 성수동 집중 전략은 단순 오프라인 확장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미래 전략까지 담고 있다.

무신사는 2019년부터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성수동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첫 번째로 옛 동부자동차서비스 부지(성수동2가 271-22 일원)를 약 220억 원에 매입해 현재 본사로 사용되는 ‘무신사 캠퍼스 E1’을 개발했다. 무신사는 2023년 9월 완공 이후 10월 마스턴운용에 약 1115억 원에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하며 9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가 사내에 부동산전담팀을 둘 정도로 성수동 부동산 투자에 공들이는 것은 안정적 임차 공간 확보와 더불어 미래 부동산 투자 수익까지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장] 패션회사가 성수동 건물 사들인다, '힙스터 성지' 무신사 왕국으로 탈바꿈하나
▲ 성수동에는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 7개가 운집해 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마스턴투자운용은 6월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73-18, 273-35 일대에 지하 5층~지상 12층 규모의 ‘무신사 성수 E4 오피스’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무신사가 2023년 부동산 디벨로퍼 네오밸류에게 매입한 곳으로 2028년 준공 이후 전체 면적을 무신사가 임대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 역시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무신사는 이외에도 무신사 캠퍼스 E2와 무신사 엠프티, 옛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부지 등 성수동에 핵심 부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무신사는 온라인 구매 고객을 팝업 행사나 사이즈 피팅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하고 오프라인 방문 고객에게는 온라인 가입이나 리뷰 시 혜택을 주는 등 온ᐧ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은 강남 등 주요 상권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2030세대와 외국인 방문객의 유입이 활발하다”며 “무신사가 성수동에 자리잡은 이후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국내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성수동이 국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트렌드의 최전선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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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 스토어 성수 대림창고에서 온라인 쿠폰 제공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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