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수소 생태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소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었지만,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약해 지난해까지는 전체적 수소 사업 밸류체인의 밑그림만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 정부의 대대적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수소 사업 생태계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청정수소 산업에 대한 대대적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들어 구체적 수소 생태계 확산에 나서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앞으로 5년 동안 수소 생태계 완성을 위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사를 이끌기 시작한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수소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의선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21년 9월 하이드로젠웨이브 행사를 열고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까진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관련해 기초 작업만 하는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사업을 확대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윤석열 전 정부에서 수소 산업 육성에 대한 큰 정책 변화가 없어 정 회장으로서도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정 회장의 수소 대중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수소 사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에는 수소차 인프라 확대 공약을 내놨고, 경기도지사로 일할 때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불리는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의 1호 산업으로 청정수소 산업 선정을 검토 중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가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 사업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 회장은 이번 정부 5년 간을 수소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소 생산부터 유통, 충전 인프라 구축까지 수소 산업 가치사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총 11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그룹은 수소전기차 본격화와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 등에 2조6천억 원,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등에 쓰이는 수소 가치사슬 사업화에 2조5천억 원 등 구체적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2024년 11월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올해는 울산, 청주, 중국 광저우 등 국내외 지자체들과 수소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 생산과 공급망 구축, 수소차 보급, 수소충전소 설치 등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지원 역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날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제1회 수소산업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수소 생태계 공동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와 광저우시, 울산시가 수소 생태계 공동협력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이번 회의에서 다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차 회의는 올해 11월 울산에서 열린다.
현대차는 현재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건설한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 공장이다. 울산에도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에 돌입해 2028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청주시와 청정수소 생산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청주시에 건설하고 있는 바이오가스 활용 청정수소 생산시설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4배 확대키로 했다.
그룹은 또 12년 만에 참가를 결정한 올해 일본모빌리티쇼에서 정 회장이 도요타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과 수소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년마다 개최되는 일본모빌리티쇼는 올해는 10월30일부터 11월9일까지 치바현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등을 전시하고 에이치투 브랜드 홍보 활동도 펼치기로 했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수소 사업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장의 협력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 발표는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 행사에서 “도요타 측과 수소 얘기를 잘 해서 같이 협력해 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아키오 회장도 “인프라와 관련된 것은 앞으로 경쟁이라기보다는 협조라는 차원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협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