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자본시장을 달궜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증권가에선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법안 통과 다음날엔 더욱 강한 보완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 상법 개정에 대해 증권가에선 대부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4일 증권업계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대부분 전문가들은 법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상법개정의 내용을 요약하면,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가장 핵심으로 꼽히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된 것은 물론, 뜨거운 감자이던 ‘합산 3% 규칙’도 포함됐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한 것이다. 이로써 대주주와 가까운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 밖에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 사외이사의 명칭 변경과 비중 상향도 이루어진다.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 예상치를 3710으로 높이면서 “상법 개정은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라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코스피 상단 예상치를 3500으로 상향조정하며 “상법 개정안은 완만하지만 긍정적 방향으로 코스피에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고 보았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KB증권은 “일반주주 보호 강화는 한국 주식 시장 변화의 시작점”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과제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지적 받아온 제도적 인프라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날 외국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3천억 원까지 완만하게 오르다가 상법 개정안이 오후 3시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6천억 원대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기존에 증권가는 상법 개정에 대해 함구해 왔으나,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만남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왜 증권업계선 아무 말이 없었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DS투자증권은 이번 상법 개정을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추가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DS투자증권 > |
이제 증권가는 지금 법안에 추가적으로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자본시장에 영원히 기록될 역사적 순간”이라면서도 “진짜 개혁은 이제부터”라 말했다.
이어 “일부 기업과 이사회는 여전히 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무리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 한다”며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단순히 추상적인 원칙적 선언이 되지 않도록 향후 추가적인 개혁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이 언급한 추가적인 개혁은 집중투표제 등이다.
상법이 개정됐어도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하기 어렵고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사들의 임기를 각각 달리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고 예견하면서 이를 원천차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 확대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주주총회에 주목했다.
엄 연구원은 “전자주총의 도입은 주주의 참석권을 보장하고 참여율 제고로 정족수 미달 등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다만 “전자주주총회 진행 시 송수신 방법, 출석과 퇴장의 방식, 본인 및 대리인 확인 절차, 위장 문제 등 쟁점이 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