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7-04 15: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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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시기가 다가오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북미 전력기기 수출과 수주영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과 가격 조정 협상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북미 수출계약 상대방과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4일 HD현대일렉트릭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적용 중인 기본관세 10%를 8일부터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22~27일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통상 면담을 진행했지만, 상호관세 추가 유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은 관세부과에 대응해 고객들과 단가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61억55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북미 지역 계약의 비중은 64%에 이른다. 또 한국에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는 금액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조3223억 원의 19% 수준이다.
회사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북미 고객사 가운데 60%(물량기준)가 관세인상에 따른 ‘에스컬레이션(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을 확약했는데, 남은 40%와는 8일 관세유예 종료 여부를 확인한 뒤 가격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기업 대부분이 미국에 공장이 뒀지만, 원재료를 포함한 주요 부품들을 미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수입 비중이 높고 따라서 상호관세 부과 시 공급부족이 심각한 전력기기 관세 부담은 구매자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미 전력기기 시장은 수익성 높은 일감만 골라서 받는 ‘선별수주’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회사가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회사는 2026년 완료를 목표로 1850억 원을 들여 미국 앨라버마에 위치한 변압기 공장 2차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매출 기준)은 기존 7천억 원에서 8천억 원으로 증가한다.
지난 6월26일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서 회사 측은 “현재 북미에 투자 중인 공장은 목표로 하는 생산능력이 있지만, 향후 추가적인 증설이 용이하도록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초고압변압기와 가스절연 개폐장치(GIS)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으며, 초고압 차단기 영업강화를 위해 미국에서 선호하는 전기전자학회(IEEE)의 규격 시험을 진행 중이다.
▲ HD현대일렉트릭의 주력 품목인 초고압 변압기. < HD현대일렉트릭 >
유안타증권은 HD현대일렉트릭이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1095억 원, 영업이이익 9033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23.7%, 영업이익은 35.0% 각각 늘어난 수치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수익 초고압 제품 비중이 확대되고,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고정비 레버리지(매출 상승에 따라 고정비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가 동반돼, 영업이익률 추가 상승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대 들어 현지 제조업 공장 투자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 기존 노후 송전망의 교체주기가 맞물리면서 북미 전력기기 시장은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미국의 초고압변압기 수입금액은 2022년 12억3천만 달러에서 2024년 29억1천만 달러로 136.6%가 증가했다. 한국산 초고압변압기의 수입점유율은 18%로 멕시코에 이어 2위다.
김영기 대표는 1966년 생으로 경희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중국연구소법인장, 전력기기·회전기기 연구담당임원, 고압차단기담당임원 등을 거쳤다.
2017년 현대일렉트릭(현 HD현대일렉트릭) 분사 이후에는 전력기기부문장, R&D부문장, 전력사업본부장 등을 맡다가 2024년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5월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관세 문제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덜하다”며 “고객들도 100%는 아니더라도 올라간 판가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