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5-07-04 1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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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영동종합금융센터. 리브모바일 홍보 배너가 눈에 띈다.
[비즈니스포스트] “번호표 뽑고 기다리세요.”
3일, 알뜰폰을 개통하러 찾아간 서울 강남구 KB국민은행 영동종합금융센터. 알뜰폰 개통이 생소할 법도 한데 은행 경비원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일반 창구 번호표를 뽑으라고 안내했다.
한산한 시간대라 곧바로 차례가 됐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요금제를 고른 뒤 유심을 교체하는 데 걸린 실질 개통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전체 은행 체류 시간은 약 30분, 요금제 설명과 유심 활성화, 작동 확인까지 포함된 시간이다.
응대는 능숙했다. KB국민은행 행원 본인도 리브모바일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창구 행원은 “보통은 유심 수령을 위해 많이들 방문한다”며 “통신사 약정이나 인터넷 결합상품 등 고객마다 사정이 달라 요금제 추천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며 은행권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기, '은행의 알뜰폰은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다.
직접 국민은행 창구에서 알뜰폰을 개통해보니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뜰폰이지만, 비대면 앱 아닌 대면을 통한 개통이라 안정감이 느껴졌다.
알뜰폰을 대면으로 개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쿠팡’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가성비 소비'에 익숙해 몇 년 전부터 알뜰폰을 사용했지만 개통은 언제나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대면 가입이 가능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응대하는 창구 개통은 온라인에 비해 큰 신뢰를 안겼다. 창구 행원은 헷갈릴 수 있는 인증 절차 등을 짚어가며 친절히 설명해줬다.
▲ KB스타뱅킹 앱에서 데이터 사용량, 음성통화, 문자 등의 사용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통 이후 KB스타뱅킹 앱에 접속하니 데이터 사용량·요금 조회도 바로 가능했다. 통신 기능이 뱅킹 앱 안에 유기적으로 녹아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장기거래 고객 우대금리, 스타클럽 등급 할인, 통신비 포인트 결제 등 금융 실적 연계 혜택도 제공됐다. 주거래은행이 국민은행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정도였다.
리브모바일은 2019년 11월 시작된 국민은행 자체 알뜰폰 브랜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리브모바일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연속 이용자 체감 만족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다양하지만 전국 영업점에서 오프라인 개통을 지원하는 곳은 현재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온라인 중심의 알뜰폰 시장에서 보기 드문 대면 창구 서비스를 통해 금융업무와 통신 개통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은 셈이다.
고령층이나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실질적 접근성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수익 창출보다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브랜드 신뢰를 높이려는 전략적 판단에 알뜰폰사업에 진출했다.
통신처럼 일상과 맞닿은 서비스를 고객 접점으로 삼아 비거래 고객을 은행으로 끌어들이고 금융상품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기대하는 것이다.
알뜰폰 이용률이 높은 2030세대를 선점해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전체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70%가 넘는다.
▲ 우리은행이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2030세대를 타깃으로 삼아 MZ세대에게 큰 인기가 있는 가수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워 알뜰폰 고객 모집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이 출시 한 달 반 만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며 고객이 2만 명에 육박한다고 알렸다.
우리은행은 현재 비대면으로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창구 서비스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 역시 다수의 지점을 보유한 만큼 국민은행처럼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창구 운영은 단순한 부가서비스를 넘어 은행 플랫폼이 생활 서비스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흡수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이 오프라인으로 알뜰폰 사업을 확장한다면 국민은행의 실험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모바일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 신규 고객에게 통신과 금융혜택을 함께 제공하며 금융 서비스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며 “기존 주거래 고객에겐 차별화한 통신 서비스를, 신규 고객에겐 금융혜택을 연계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