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7-04 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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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ASIC를 제작하는 구글과 아마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내년에도 선두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이어 맞춤형 반도체(ASIC)를 제작하는 구글과 아마존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를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앞선 HBM 기술력을 바탕으로 ASIC에서도 경쟁사를 앞지르고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금융증권사 UBS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는 아마존 ‘트레이니움2.5’에 공급할 HBM3E 8단 주문을 100% 확보했고, ‘트레이니움3’의 유일한 HBM3E 공급업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의 ‘TPU 7’ 프로젝트에서 SK하이닉스는 1차 공급업체고 삼성전자는 2차 공급업체다”며 “구글의 ‘TPU 7e’의 경우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주문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AI 반도체 기업들의 총 HBM 수요는 253억6천만 기가비트(Gb)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163억1천만 Gb와 비교해 55.4% 급증한 수치다.
AI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의 HBM 수요도 올해 95억1천만 Gb에서 137억4천만 Gb로 44.4%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ASIC을 제작하는 구글과 아마존의 HBM 수요 증가세가 매섭다.
구글의 HBM 수요는 올해 18억2천만 Gb에서 내년 28억1천만 Gb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경우 올해 2억5천만 Gb에서 2026년 18억4천만 Gb로 급증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내년 HBM 수요 전망치는 AMD(12억9천만 Gb)보다 높다.
두 회사의 2026년 HBM 수요는 총 46억5천만 Gb로 전체 수요의 18.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8.3% 수준에서 내년 54.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올해 3분기부터 5세대 HBM3E를 탑재한 TPU V6e를 출시하며, 내년 상반기 HBM3E를 사용한 ‘TPU 7’과 하반기 ‘TPU 7e’를 출시한다.
아마존은 현재 4세대 HBM3를 사용한 트레이니움2.5를 제작하고 있으며, 하반기 HBM3E를 탑재한 버전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4분기부터 HBM3E 12단을 탑재한 트레이니움3를 공개할 예정이다.
UBS의 이러한 분석은 올해 2월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가 낸 전망과 배치된다.
당시 모간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구글, 아마존 등을 포함한 주요 빅테크 기업의 ASIC에 HBM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E 12단 인증에 재차 실패하며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5월 초에 이어 다시 한번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했지만, 여전히 공급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E 메모리 전시용 샘플. < SK하이닉스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사실상 5세대 HBM3E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2026년 상용화하는 HBM4에서도 SK하이닉스가 최대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아직까지 SK하이닉스와 2026년 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샘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HBM 공급사가 많을수록 가격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우선 공급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아온 SK하이닉스 HBM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 번 잡은 AI 반도체 리더십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선도적 점유율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객사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지 않는다면, 신제품 내 탑재될 SK하이닉스 HBM4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