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메리카노 3.55테더' 

3일 서울 영등포구 스타벅스 여의도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결제하자 3.55테더가 빠져나갔다고 알림이 왔다.
 
원화 코인이 발행되고 나면 소비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리닷페이(Redotpay) 카드를 발급받아 하루를 살아봤다. 결제는 편의점, 지하철, 카페, 식당, 백화점 등 일상적인 소비 환경에 이루어졌다.

하루를 시작하며 GS25 편의점에서 1천 원 가격의 생수를 샀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를 위해 애플페이와 연동한 리닷페이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대자 리닷페이 앱에서 0.76테더가 차감됐다는 결제 내역이 생성됐다. 낯선 셈법이었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교통카드를 찍듯 리닷페이 카드를 갖다 대자 결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 산하 교통카드 운영기관이 허용하지 않은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용하던 체크카드를 찾게 된 순간이었다.

기사를 쓰러 도착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결제와 동시에 아이폰에서 경쾌한 동전 알림음이 났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3.55테더였다. “리닷페이로 혹시 저 말고도 결제를 하나요?” 점원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점심 시간에 끼니를 챙기러 지하상가를 찾았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백반집에서 1만2천 원짜리 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당연한 듯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결제가 되지 않았다. “리닷페이? 삼성페이는 되는데…”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일을 마치고는 백화점에 들렀다. 월급날을 맞아 눈에 밟히던 구두를 샀다. 테더가 바닥나 충전해야했다. 구매가 후회됐다. “혹시 환불도 되나요?” 다행히 리닷페이 앱에서 결제 취소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 없었던 여름날을 마무리하며 하루를 시작할 때 구매했던 1천 원짜리 생수를 다시 찾았다. 가격은 0.96테더. 그 사이에 테더의 시장 가격이 변화해 달라진 금액이었다. 원테더 환율은 글로벌 주요 거래소 5곳의 테더 시세를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스테이블코인만으로도 살만 했다.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애플페이를 통한 비자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했다. 다만 마주친 점원 중 그 누구도 리닷페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활용도에 비해 의아한 인지도였다.

리닷페이 카드는 가상화폐를 유통하는 홍콩 기업인 리닷페이가 발행한다. 비자카드와 제휴해 비자카드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발급은 간단하다. 리닷페이 앱 다운로드 후 짧은 본인인증 절차만 마치고 10달러를 내면 모바일 가상 카드가 발급된다. 충전은 체크 및 신용 카드, 거래소 송금 등 다양한 수단으로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애플페이와 연동해야만 사용가능하다.
 

원화 코인이 발행되면 유통과 보관 사업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최근 네이버페이, NHN KCP, 다날 등 결제 유통망이 탄탄한 핀테크 기업의 주가가 폭등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 코인이 발급되면 기업은 앞다투어 원화 코인을 ‘00페이’, ‘00지갑’, ‘00카드’에 연동할 것이다.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투자 자산인 동시에 결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와 비교할 때 유통 속도도 빠르고 사용 범위도 넓다. 경제는 전에 없던 활력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활성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화 코인이 원화를 대체하게 되면 정부의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약화된다. 기준금리나 유동성 조절 같은 정책 수단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자금 흐름의 비가시성도 문제다. 실명 인증 없이 지갑 간 송금이 가능해지면 소비는 통제력을 잃고 불투명한 자금도 제약 없이 유통될 수 있다.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전면적인 확산은 위험하다.

금융위원회는 6월26일 리닷페이와 관련한 국회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향후 영업행위과 국내 소비자와 금융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관련 법령에 근거해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100달러를 내면 발급 가능한 리닷페이 실물카드도 5월25일 한국 발급이 중단됐다. 리닷페이는 “확인해야할 한국 규제가 있다”며 발급 중단 사유를 밝혔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