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으로 새 신도시 지정보다는 기존에 추진되는 3기 신도시 건설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진행이 다소 더디다는 비판을 받은 신도시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사업 추진에 어깨가 무거워진 것으로 보인다.
▲ 이한준 LH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3기 신도시 속도전 방침에 따라 주택공급 확대 과제를 놓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기존 사업 방식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어 이 사장으로서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 확대에 현재보다 더 힘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
4일 LH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과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와 관련해 올해 들어 6월까지 4800호의 본청약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3기 신도시는 사전 청약을 받은 뒤 본청약을 접수하고 이후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주택공급 절차가 진행된다.
LH 관계자는 "7월에도 총 3천 세대의 본청약이 진행된다"며 "그 이후에도 줄줄이 본청약이 나오는데 올해 말까지 누적으로 총 9천 세대의 본청약 접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한준 사장도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 조성과 관련해 “LH가 단기적으로 부채비율 상승 문제를 겪더라도 공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H는 2023년 말 기준 부채 총계가 약 137조 원으로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이런 상황을 의식하다 보면 신도시 조성의 전 단계인 토지 보상 단계에서부터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 사장의 방침에 따라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 문제는 올해 상반기 말 현재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LH에서는 신도시 공급 절차가 전반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입주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으나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며 "속도를 빨리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급 확대를 위해 4시 신도시 지정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생각을 바꿔 앞으로 기존 3기 신도시를 통한 주택 건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12월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조성계획이 처음 발표됐다. 이듬해 5월에는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의 조성 계획이 공개됐다.
그 뒤 2021년에 광명 시흥과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안산 장상, 과천에 이어 수원 당수2, 인천 구월2, 화성 봉담3 등 다양한 중소 규모 택지지구들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경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과 인천 계양 5개 지역은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이들 지역의 총공급 규모는 18만6천 세대가량이다.
하지만 인천 계양만 사업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뿐 나머지 지역들은 일부 지역에서만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양창릉과 부천 대장, 하남 교산 등에서는 일부 가구가 이르면 2026년부터 2027년 사이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건설업계 말을 종합하면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것은 2028년 이후이며 절반 이상의 물량은 2029~2030년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2026년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약 2만4천 호로 올해 예상치(4만7천 호)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이른바 '공급 절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서는 급등하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를 통한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주요 공약으로 공공주택 확대를 내걸었는데 LH가 추진해야 할 3기 신도시 공공주택 공급 세대는 8만7101가구로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3기 신도시 연도별 입주물량 계획'을 보면 내년부터 향후 3년 내 실질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은 1만 가구 남짓에 머문다.
이한준 사장으로서는 이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수도권 공급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놓고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LH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공공기관장들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재명 대통령은 이한준 사장을 국무회의에 불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강하게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나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사업 방식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다. LH가 단순히 택지 분양만 하지 말고 주택도 함께 지어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강도 있게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만큼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2만7천 호의 신규 발주와 공공주택 민간 참여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내놨다. 이 사장은 “차질 없는 3기 신도시 추진과 주택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발주 물량을 편성한 만큼 속도감 있게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로 한 만큼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LH는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도 일정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H는 군포 산본 11구역, 산본 9-2구역, 분당 목련마을 3곳의 선도지구에서 재건축 예비시행자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모두 3239호의 추가 주택공급이 가능해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LH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추가 참여 여부와 관련해선 이재명 정부의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되면 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준 사장은 주택공급 확대에 성과를 낸다면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인사 기조로 볼 때 1년 단위 연임도 가능하다.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2년 11월 취임해 올해 11월 임기가 끝난다.
이 사장은 1979년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석사학위를, 홍익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토개발연구원과 교통개발연구원을 거쳐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지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