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영국 런던지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금융(IB)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은 글로벌 교두보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협은행이 글로벌 사업 초기부터 점찍어 둔 전략적 요충지다. 강 행장이 임기 첫 해 런던지점을 얻으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 구상에 든든한 버팀목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영국 런던지점을 거점으로 글로벌 IB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 NH농협은행 > |
3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15일부터 런던지점이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농협은행이 1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점 설립 최종인가를 받으면서 영리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런던에는 사무소만 두고 있었다. 사무소는 시장조사, 정보수집 등 비영리 활동을 한다.
런던지점의 설립은 농협은행 글로벌 사업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런던지점을 포함해 전 세계 8개 나라에서 모두 11개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지점, 시드니지점, 런던지점 등 세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해외점포는 모두 아시아에 몰려있다.
농업인을 위한 협동조합에 뿌리를 둔 농협은행은 해외 진출 전략에도 농업금융 역량을 접목했다. 이에 따라 농업이 주요 산업인 동남아시아에서 소액대출을 영위하는 형태로 글로벌 사업 기반이 확대됐다.
다만 런던지점의 전략은 사뭇 다르다. 전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글로벌 IB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IB 사업 확장을 꾀하는 영토도 상당하다. 농협은행은 런던지점을 유럽 거점으로 두면서 유럽을 넘어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IB 사업 기회도 발굴하려 한다.
글로벌 IB 사업 확대 목표를 함께할 지원군도 확보하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런던 현지법인 ‘NHIS 유럽’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런던지점은 농협은행 첫 유럽권역 점포”라며 “글로벌 IB사업 활성화와 범농협 시너지 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 시키겠다”고 말했다.
런던지점이 농협은행에게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런던은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이 탄생하기 전부터 눈여겨 본 곳이다.
앞서 농협중앙회가 해외 금융시장 진출 계획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06년에도 런던은 농협의 시야에 있었다. 이때 역시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 거점을 두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다만 농협중앙회로서 해외 진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은행’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아 현지 금융당국이 은행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시하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은 더욱 느리게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런던에 발을 디딘 것은 2021년 사무소를 열면서다. 당시 2년 안에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자 했으나 이 또한 예상보다 늦어져 4년 만에 지점 문을 열게 됐다.
이토록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얻게 된 런던지점은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제를 안은 강 행장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024년 치른 중앙회장 선거 공약에 금융지주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마련해 금융수익 비중을 10%로 키우겠다는 내용을 담았을 만큼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에 관심이 크다.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이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을 이끄는 강 행장의 어깨도 상당히 무거울 수밖에 없다.
▲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1월24일 서대문 본사에서 '해외점포장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 NH농협은행 > |
강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뉴욕에 직접 방문해 농협은행 뉴욕지점과 NH투자증권 뉴욕법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글로벌 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로 설정해 뒀다.
조정래 농협금융 미래성장부문 부사장은 5월8일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 “뒤늦게 글로벌사업을 시작한 농협금융이 선도 금융그룹과 격차를 축소하려면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과 투자기회를 발굴·추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농협금융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농협은행의 성장을 위해서도 강 행장이 글로벌 수익 확대 성과를 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농협은행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 역시 성장성이 낮아진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다른 은행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강 행장은 1월24일 해외점포장들과 신년 화상회의에서 진출국 시장과 지속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손익 중심의 사업 성장을 당부했다. 글로벌 당기손익 1천억 원을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원리·원칙에 따른 업무 수행과 지속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해외에서도 신뢰받고 경쟁력 있는 농협은행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런던에 이어 싱가포르와 베트남 호치민에 지점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