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을 매혹했을까. 아시아 금융신흥국인 그곳에서, 묵묵히 K금융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이들을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우즈베키스탄 글 싣는 순서
① '실크로드의 심장' 노리는 경쟁 치열, 중국 공세에 한국 기업들 물밑 침투 중
② KDB우즈베키스탄 행장 이영록 "영업 확대와 신상품 개발로 중앙아시아 리딩CIB 겨냥"
③ 한국수출입은행 소장 강상진 “인재 충원 중, 경제원조 넘어 민간투자 아우르는 '개발 파트너' 향한다"
④ 신한은행 소장 김요셉 “국영은행이 채우지 못하는 금융산업 빈틈, 신한이 채울 수 있다”
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강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 그들은 우리의 금융시장 경험을 원한다”
- 프롤로그 첫 기사 보기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캄보디아 첫 기사 보기
① 프놈펜 거리 메운 금융사 로고들, 150개 은행의 은밀하고도 뜨거운 전쟁
-인도 첫 기사 보기
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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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진 소장(왼쪽 두번째)이 6월2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사무소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팀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백범규(사이도프 울마스벡) 프로젝트매니저, 강 소장, 안두진 부소장, 행정직원 나탈리아 조. <비즈니스포스트> |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비즈니스포스트] 6월 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현지 사무소에서 만난 강상진 한국수출입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은 “7월 한국에서 새 식구가 온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한국에서 주재원 1명이 새로 오는 것인데 수출입은행에 본사 직원이 충원되는 것은 2012년 7월 이후 13년 만이다.
수출입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는 본사 주재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현지 공적개발원조(ODA) 전문직원도 2명 추가 채용해 현지직원을 5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인력 채용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해 안에 한국직원 3명과 현지직원 5명(ODA 전문직원 4명, 행정직원 1명) 등 모두 8명 규모의 인력 체계가 갖춰진다.
강 소장이 본사에 요청해 인력을 늘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출입은행이 해야 할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과 최대 20억 달러(2024년~2027년)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맺었다.
수출입은행이 우즈베키스탄에 첫 EDCF 지원을 한 것은 1996년, 지난해 말까지 모두 20건 약 13억2천만 달러 규모의 EDCF사업을 따냈는데 강 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추진해야 할 신규사업이 지난 30년 동안 했던 사업보다 더 규모가 큰 것이다.
강 소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 EDCF 최대 협력국으로 중앙아시아 국가 전체 EDCF 승인액의 약 86%를 차지하는 핵심 파트너”라며 “앞으로 더욱 강화할 양국 협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현장기능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과 경제교류를 늘리기 위해 1987년 한국 정부가 설립한 개도국 경제원조기금이다. 낮은 금리의 차관자금을 장기적으로 제공해 개도국의 산업발전 및 경제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출입은행이 기획재정부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한다.
강 소장이 현재 가장 힘줘 추진하고 있는 EDCF사업은 타슈켄트-사마르칸트 고속철도 직선화 프로젝트다.
한국은 지난해 EDCF사업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동력분사식 고속철의 첫 수출을 성사했는데 수출입은행은 현재 이와 연계해 타슈켄트-사마르칸트 전용선 고속철도 타당성조사(FS)를 진행하고 있다.
사마르칸트는 옛 티무르제국의 수도이자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도시 대부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철도는 곡선 형태로 이뤄져 고속철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직선화사업이 진행되면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 소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들과 다양한 금융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가 타당성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탐내고 있는데 이번 사업을 따내 철도분야에서 장기적인 종합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의료복합단지 구축사업도 강 소장이 추진해야 할 주요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는 이미 기존 EDCF 예산으로 승인이 난 사업인 만큼 앞으로 안정적 사업 추진이 중요하다.
강 소장은 “한국형 의료복합단지 구축은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자국 내에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받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타슈켄트에 275병동 규모의 아동전문병원을 건립해 현재 연간 약 6만 명 이상의 아동들이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부지에 종합병원과 국립암센터, 의과대학을 만들어 의료복합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 의료단지는 교육, 연구, 진료가 융합되는 한국형 의료 생태계 모델로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강 소장은 수출입은행 내에서도 EDCF 전문가로 통한다. 동남아시아 베트남,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EDCF사업을 담당했고 올해 초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에 부임했다.
EDCF사업을 진행하며 해외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3년을 해외에서 일하고 3년 본사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외에 3년을 나가는 형태로 근무하며, 단단한 경험을 쌓았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역시 2028년 초까지 3년 근무가 예상되는데 지난해 향후 3년 동안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EDCF 기본약정을 맺은 만큼 강 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강 소장의 목표는 안정적 EDCF 사업에 머물지 않았다. 강 소장의 시선은 EDCF를 넘어 민간투자를 아우르는 진정한 개발파트너로 도약을 향했다.
강 소장은 “수출입은행은 EDCF를 통한 양허성 차관부터 시작해 수출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민관협력(PPP), 개발금융(PDIF)까지 경제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금융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단순한 자금제공을 넘어 진정한 개발파트너로서 통합형 금융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했듯, 우즈베키스탄이 글로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 수출입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가 입주한 인터내셔널비즈니스센터(IBC) 건물 외부. 강 소장은 올해 건물 외부에 수출입은행 깃발(왼쪽 3번째)을 달았다고 자랑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센터에는 월드뱅크,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입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강 소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며 “우즈베키스탄이 지금과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강 소장은 한국을 우호적으로 여기는 현지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도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이번 강 소장과 인터뷰에는 현지 전문직원인 사이도프 울마스벡(Saidov Ulmasbek) 수출입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프로젝트매니저(PM)도 함께 했다.
울마스벡 매니저는 우리말을 유창하게 했다. 그는 한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 인터넷 채용공고를 보고 수출입은행 지역전문가로 입행했다.
한국이름은 백범규다. 대학시절 지도교수가 성이 ‘벡’으로 끝나는 데 착안해 백범 김구 선생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백범규’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강 소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에는 백범규 매니저 말고도 현지 전문직원 고려인 한 명이 더 있다”며 “이 친구도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한국말을 잘하는데 이런 현지 전문직원을 향후 4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 매니저 같은 친구들이 현장에서 훈련을 받으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이들이 나중에 수출입은행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WB)에 들어가거나 우즈베키스탄 고위관료로 성장하면 한국과 협력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베트남과 탄자니아에서도 이 같은 목표로 일했고 실제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국제기구에 여럿 들어갔다”며 “다른 해외 사무소장들도 비슷하게 현지 직원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강 소장은 인터뷰를 하며 우즈베키스탄에 남다른 애정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고려인을 들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은 단순한 협력국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고려인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문화적 공감대가 있어 조금 더 특별한 애정을 느낀다”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여정에 작은 연결고리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