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공장에서 6월27일 노동자들이 기업 이름을 벽면에 도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블루오벌SK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올해 2분기 전기차 판매 급감에 더해 중국 CATL과 진행하는 배터리공장 세액공제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온은 악재가 겹친 포드가 전동화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어 '대안'을 확보할 필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지은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포드는 1일(현지시각) 올해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나 감소한 1만6438대의 순수전기차(BEV)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포드 측은 이를 두고 "차량 리콜로 머스탱 마하-e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신모델 생산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공장을 폐쇄했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2분기까지 순수전기차 누적 판매 또한 지난해보다 11.8% 감소했다. 다행히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호조로 2분기 전체 신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증가했다.
포드가 전기차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실적으로 풀이된다.
포드의 판매량은 경쟁사 GM이 올해 2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111% 증가한 4만628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이에 미국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이전 수요 일시적 둔화) 때문에 판매가 부진했다는 이유를 댈 수도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2일자 기사를 통해 “배터리 구동 모델의 전반적 부진으로 포드 전기차 전환은 차질을 빚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포드는 그동안 보급형 전기차를 통해 반전 기회를 노려왔다.
그러나 미국 연방 상원이 중국으로부터 기술이나 공정을 이전 받는 제조 설비에 세액공제를 끊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조차 가로막힐 위기에 놓였다.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하원 재투표와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아 있다.
포드는 CATL 라이선스를 받아 미국 미시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전기차 판매 전략에 핵심으로 앞세우려 했는데 중장기 목표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단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 기술 사업부 부사장은 6월23일 “정부 보조금 없이도 CATL과 공장 건설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동화 추진 동력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포드와 CATL 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포드는 2026년 말까지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 아래 202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수백억 달러를 전동화 전환에 투자했다.
이후 전기차 사업부에서 수년째 손실만 누적해 전동화 전환 일정을 지연하고 일부 전기차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2023년과 2024년 손실은 각각 47억 달러(한화 약 6조4천억 원)와 51억 달러(약 6조9천억 원)에 이르렀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한 딜러십 주차장에 6월24일 판매용 포드 차량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2분기 판매 부진과 정부 정책 축소라는 악재가 겹친 것이다. 이에 자칫 전기차 사업의 전면 재검토까지 필요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에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시장 경쟁력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진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시장에 계속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이는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운 SK온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와 포드는 미국 켄터키주에 배터리 합작공장 2곳, 테네시주에 1곳을 건설했다. SK온은 포드 전기차의 판매 악화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블루오벌SK는 배터리 생산을 앞두고 있다. 마이클 아담스 블루오벌SK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현지매체 WDRB가 6월3일 보도했다.
테네시주 공장 또한 올해 안에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켄터키주 제2공장은 2026년으로 잡았던 가동 일정을 연기했다.
세 공장의 배터리 합산 생산 용량은 전기차 100만 대분에 달하는 129기가와트시(GWh)인데 판매 부진에 빠진 포드가 물량을 전부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포드 F-150 라이트닝 2분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감소한 5842대에 그쳤다.
결국 SK온으로서는 포드 전기차 사업이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일본 완성차 기업인 닛산에 배터리 공급을 성사시킨 것과 같이 포드 외에 북미 지역에서 추가 고객사 발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SK온은 3월19일 닛산에 99.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2028년부터 6년에 걸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블루오벌SK 공장 생산 라인 일부를 외부 고객사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해 볼 수 있다.
요컨대 포드 전기차 사업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는 만큼 협력사인 SK온으로서는 대책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현재 거의 대부분의 포드 전기차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올해 불확실성과 역풍도 맞아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