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25 14: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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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30일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달바글로벌 기업설명회에서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이사가 기업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공공모가 대비 세 배 오른 주가, 대거 해제된 기관 물량에도 끄떡없는 상승세, 상장 한 달 만에 주가 164% 급등, 시가총액 1조6천억 원.
달바글로벌이 첫 번째 오버행(대규모 지분 매각) 이슈를 가볍게 넘기며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상장 한 달 만에 200만 주가 넘는 의무보유 물량이 풀렸지만 주가는 되레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끌어모았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아직 해제되지 않은 물량이 8월과 11월 차례로 대기 중인 데다, 시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실적 발표일로 향하고 있다.
기대만큼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주가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K뷰티 기대주’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 분기 숫자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감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후 첫 물량 해제에도 주가가 흔들림 없이 버텨내며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종목’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해제된 물량은 전체 지분의 약 19%에 해당하는 229만 주. 상장 당시 1개월 조건으로 묶였던 기관투자자 물량에 해당한다. KTBN 13호 벤처투자조합, 코리아오메가프로젝트오호조합 등 22개 기관이 보유한 해당 물량은 상장 1개월 후 매각이 가능해 단기 조정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의무보유 물량이 해제된 22일 달바글로벌 주가는 장중 5% 넘게 오르며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공모가의 세 배에 가까운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여전히 매수세가 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오버행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는 8월과 11월에 각각 3개월·6개월 의무보유가 해제되며 추가 물량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남은 매물 소화 과제를 앞두고 이제 시장의 시선은 실적에 쏠리고 있다.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이사의 리더십 성과가 수치로 입증되어야 할 시점이다. 공모 당시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실적에 대한 부담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달바글로벌은 ‘K뷰티 열풍’을 등에 업고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이다. 향후 주주들의 판단을 가를 핵심 잣대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성연 대표는 상장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실제 달바글로벌은 지난 2월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공략을 본격화 했고 올해 4분기 캐나다와 스페인 코스트코 매장 입점도 앞두고 있다.
반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도 “상장 이후에도 글로벌 브랜드 파워 강화와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프리미엄 비건 뷰티를 넘어 글로벌 슈퍼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행보에 발맞춰 해외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6월11일 기준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에서 미국 51위, 캐나다 8위, 독일 8위에 올랐으며 스페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 달바글로벌의 대표 제품인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이 해외 각국 아마존에서 상위 순위권에 포함됐다. <달바글로벌>
특특히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는 각국 소비자의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해외시장에서 달바글로벌의 브랜드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해외 매출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7.0%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13.2%, 2023년 22.0%을 거쳐 2024년 45.6%까지 확대됐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55.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달바글로벌은 오는 2028년까지 매출 1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빠르게 브랜드 영향력을 넓혀가는 동시에, 수익성 면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바글로벌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3%에서 2022년 10%, 2023년 17%, 2024년에는 19%까지 상승하며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반 대표의 프리미엄 브랜딩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달바글로벌의 대표 제품은 경쟁사 대비 높은 단가를 형성하고 있다. 달바글로벌에 따르면 조선미녀, 라운드랩 등 기존 K뷰티 선크림 제품의 해외 평균 판매가는 ml당 0.36달러 수준이다. 반면 달바글로벌 제품은 ㎖당 0.44달러로, 약 22.2%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킨케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달바글로벌에 우호적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Z세대의 급격한 소득 성장과 맞물려 있다. 미국노동통계청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2023년 평균 소득은 2019년 대비 127.6% 증가해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981~1996년생은 41.1%, 1965~1980년생이 19.5%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
로레알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프리미엄·럭셔리 라인의 매출 증가율이 중저가 라인을 앞질렀다. 미국 대표 뷰티 유통사 울타뷰티 역시 같은 기간 대중 브랜드인 ‘매스 메이크업’보다 고급 브랜드인 ‘프레스티지 메이크업’의 매출 성장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바글로벌의 의무보유물량이 점차 해제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매력적인 가치평가 수준과 프리미엄 스킨케어를 지향하는 현명한 마케팅으로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