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사진)가 투자 유치를 통해 상장폐지 위기는 넘겼지만 신약개발을 이어갈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가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며 상장폐지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신약개발이라는 이정규 대표의 목표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파라택시스에 경영권을 넘기고 250억 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했다.
이번 계약으로 브릿지바이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200억 원과 전환사채 50억 원을 확보했다. 최대주주는 이 대표에서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와 파라택시스홀딩스로 변경됐다.
이 대표로서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문제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를 막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며, 올해 3월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브릿지바이오는 2022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80.4%, 2023년 215.2%, 2024년 72.3%로 3년 동안 모두 50%를 초과한 상태였다.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자본 확충이 가장 시급했다.
문제는 새 투자자의 사업 성격이다.
이번에 최대주주로 오른 파라택시스홀딩스는 2019년 설립된 가상화폐 특화 헤지펀드다. 바이오 분야와는 관련이 없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브릿지바이오의 정체성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기업에서 디지털자산 기반 기업으로 방향이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파라텍시스는 브릿지바이오 인수 이후 신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브릿지바이오의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하고 신규사업으로 기관투자자 중심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이 대표는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지만 대표이사는 앤드류 김 파라택시스캐피털 매니지먼트 파트너가 맡는다. 브릿지바이오의 최고경영자가 바뀐 만큼 바이오 사업에 대한 무게감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브릿지바이오(사진)는 20일 가상자산 펀드인 파라택시스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 |
앤드류 김은 “우리는 한국을 비트코인(BTC) 도입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건전한 기업 거버넌스와 엄격한 자본 운영 원칙을 기반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접근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인수 계약이 발표된 23일부터 이틀 연속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상한가에 오르며 이날 159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폐지 우려가 해소됐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약개발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브릿지바이오는 투자 계약 발표 이후 “BBT-877 등 핵심 임상과제는 이 대표 중심으로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발성폐섬유증 치료후보물질인 BBT-877은 올해 4월 글로벌 임상 2상 톱라인 분석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세부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하반기에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개발 전략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연구개발 여건도 나빠졌다. 임상 실패 이후 인력 효율화를 단행했고, 일부 R&D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