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AI센터 구축 사업이 표류하는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사진)이 사업 구조를 민간 기업에 친화적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가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민간 기업의 외면 속에 재공모에서도 실패하면서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민간과 정부를 잇는 조정자 역할을 맡아 이 사업을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시장주의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업 구조가 민간 기업에 보다 친화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술 및 모델 개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추진 방향을 오는 7월까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18일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업무보고서에서 “업계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공모 요건을 변경하거나 완화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민간 참여자 모집 또는 새로운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면 재검토 방침은 민간 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유찰 사유로 정부가 지분 51%를 보유함에 따라 민간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제한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공지분에 대해 민간이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 조항은 경영 실패 때 책임이 민간에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로 지적됐으며, 국산 AI 반도체를 50% 이상 도입해야 한다는 조건 등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이전 공모에선 정부 지분 우위 구조와 공공기관 지정 우려 등으로 참여가 유력했던 기업들이 배임 가능성을 걱정하며 발을 뺐다”며 “재공모 실패는 결국 구조 개편을 향한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국가AI컴퓨팅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가로막았던 요인들을 손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왼쪽) 인선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
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을 총괄하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교착 상태에 빠진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실마리를 제공할 조정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수석이 네이버클라우드에서 AI 개발을 주도한 민간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의 요구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사업 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하 수석이 국가AI컴퓨팅센터의 전략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던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간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 요소들을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는 올해 3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분과장으로 ‘AI 인프라 고도화 전략 제언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AI 인프라가 복합기술이 요구되는 플랫폼인 만큼 국가AI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각 요소 간 연계와 선순환 구조에 초점을 맞춘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월 한 행사에 참석해서는 “우리도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을 앞당기고 통 큰 투자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발언하며 빠른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분 비율 축소, 국산 반도체 도입 비율 완화, 매수청구권 조항 조정 등 민간 참여를 가로막았던 조건들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시장주의를 국정 운영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하 수석이 공공 주도보다는 민간 친화적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부담이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 수석이 네이버클라우드에서 하이퍼클로바를 총괄하며 AI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다 보니 앞으로 민관 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보다 현실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