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두현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24년 12월2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11월, 인천 영종도에 대규모 복합리조트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개장했다.
이 리조트는 북미 지역에서 7개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기업 모히건이 만든 리조트로, 올해 2월 경영권이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게 넘어갔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개장은 국내 카지노 시장의 경쟁구도에 커다란 영향을 준 사건으로 여겨진다. 그 전까지 국내 카지노 업계는 공기업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사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엘티엔터테인먼트(롯데관광개발 자회사)가 과점 형태로 경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장에 새로운 ‘메기’가 들어온 셈이다.
외국인 카지노 사업의 특성상 국내로 관광오는 중국, 일본 VIP들의 수가 급증하지 않는다면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하나의 업체가 추가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기존 업체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기존 업계 1위인 파라다이스보다 2위인 GKL이 겪게 될 경쟁의 강도가 더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카지노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스파이어 카지노는 1733억 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GKL이 운영하는 카지노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낸 세븐럭카지노 강남코엑스점(1802억 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GKL이 운영하는 다른 카지노인 세븐럭카지노 서울드래곤시티점(1545억 원), 세븐럭카지노 부산롯데점(590억 원)보다는 인스파이어 카지노가 더 많은 매출을 냈다.
◆ 기초체력 단단한 GKL, 사업 다각화가 승부처
새로운 사업자가 한정적 시장에 진입했을 때 기존 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출혈경쟁을 각오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GKL이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새롭게 사업을 확장해 나갈 기초체력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KL의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685억 원으로 총 자산의 27.3%에 이른다.
실제로 GKL은 전임 김영산 사장 시절부터 구성된 신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기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모델을 넘어 복합문화·관광 사업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
▲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 조정특위 위원장(오른쪽)이 2023년 7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문제는 ‘정치’, 윤두현 정치적 배경과 GKL 사업 추진의 관계
문제는 현재 GKL을 이끌고 있는
윤두현 GKL 대표이사 사장의 정치적 배경이다.
윤두현 사장은 야당인 국민의힘의 원내부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막바지인 지난해 12월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인물이다.
윤 사장은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워왔으며,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펼칠 때는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부딪히기도 했다.
공기업인 GKL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 및 여당과 긴밀한 조율 없이는 사업다각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윤 사장이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하고 정치적으로 고립된다면 GKL의 사업 확장에 중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카지노 사업은 대한민국 전체의 관광 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특정 기업의 이해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와 직결된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 GKL 대표이사 사장이 ‘보은인사’,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현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사 위주로 임명되어 온 이유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한국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인 카지노 사업은 상당한 기회를 맞고 있는 동시에 경쟁 심화라는 도전도 받고 있다”라며 “GKL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