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6-11 13: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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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강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의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대형마트를 옥죄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한 방안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부 모습. <연합뉴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 노선,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법 개정 움직임을 향한 반대 여론에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11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10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더불어민주당이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과 관련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망의 장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신속히 폐지해야 하며 재래시장 활성화에 관한 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청원을 올린 취지를 밝혔다.
청원 내용에서는 △온라인 유통망이 활성화하면서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 △대형마트에서 이미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법안의 취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대형마트가 있는 지역의 상권 매출이 대형마트가 없는 지역보다 3.1% 많다며 “결국 대형마트가 있어야 재래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재래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접근이 잘못됐다”며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넓은 주차장 공간 확보와 다른 유통망보다 저렴한 가격,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등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현재 이 청원은 공개 기준인 찬성 100인에 미달해 비공개된 상태다. 청원이 하루 전날인 10일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이 올라온 배경은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추진 방침 때문이다.
오 의원은 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형마트들이) 법정 공휴일에만 휴업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일요일에 두 번 쉬었다고 해서 꼭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들(대형마트)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이 언급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을 말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량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는 흐름과 관련해 아예 법적인 재량을 주지 않고 공휴일 의무휴업을 강제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오 의원이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이라 이런 법안을 냈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오 의원이 낸 다른 법안 대부분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 ‘소상공인 생계혁 적합업종 지정’ 등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많다.
하지만 오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충격을 받고 있다. 10일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가가 각각 8%, 9%가량 떨어졌을 정도다.
대형마트를 향한 의무휴업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되면 실적 확대를 장담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을 멈추라는 청원이 올라온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여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책은 다양한 생활권의 현실과 소비 행태를 정교하게 반영해야 하며 실효성과 형평성, 소비자 권익까지 함께 고려해 유통정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 대통령(사진)은 취임 이후 실용적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오 의원 역시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오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보도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이며 의무휴업일의 공휴일 지정을 강행할 것인지 후퇴할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도 보낸다.
대형마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의원이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데다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당 차원에서 의무휴업의 공휴일 지정 움직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홈플러스가 저지경이 된 마당에 대형마트를 함부로 규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민생연석회의를 통해 ‘20대 민생 의제’ 가운데 하나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꺼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이를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규제가 꼭 골목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한다는 여러 업계의 지적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자칫 대형마트를 옥죄었다가 오히려 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