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신약개발의 ‘선택과 집중’을 선언하며 연구개발(R&D)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신약개발의 ‘선택과 집중’을 선언하며 연구개발(R&D)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박재현 사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본업이 주목받기 어려웠던 지난 1년을 뒤로 하고 신약 성과를 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이 핵심적으로 육성 중인 비만치료제가 조만간 성과를 드러낼 예정인 만큼, 앞으로 연구개발 전략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미약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신약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박 사장은 CEO 메시지에서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성과를 위한 연구’로 방향을 전환하고 투입 자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가시적인 신약 성과를 통해 높은 기업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8차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동안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수가 아니라 직접적 성과와의 연결 가능성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후보물질을 더 면밀하게 살펴 개발 여부를 결정하고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입한 후보물질이라도 시장성이 없으면 미련 없이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미약품은 상품 유통보다 자체 기술 기반 의약품 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그 결과 자체 제품 중심의 실적 성장도 이뤄냈다. 별도기준으로 한미약품 제품 매출 비율(국내 매출 대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93.5%, 96%, 96.2%, 96.9%까지 높아졌다. 별도기준 매출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9170억 원, 9810억 원, 1조969억 원, 1조1141억 원, 영업이익은 616억 원, 791억 원, 1296억 원, 1327억 원으로 역성장 없이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만 2024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2024년 매출 증가율은 11.8%에서 1.5%로, 영업이익 증가율은 63.8%에서 2.3% 로 낮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재현 사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까지 겪으며 리더십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성과 중심의 R&D 재편 전략은 경영권 분쟁 등 비사업적 요인으로 흔들렸던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주가 흐름은 경영권 분쟁 이후 뚜렷한 낙폭을 기록했다. 2024년 1월12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시작할 당시 35만3천 원이었던 한미약품 주가는 2025년 2월 갈등이 봉합된 뒤에도 21만5천 원(4월7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분쟁 시작 수준인 35만3천 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연구개발 확대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올해 2월 발표할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도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를 15%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3개년도 한미약품의 연구개발비는 1779억 원, 2050억 원, 2097억 원으로 늘었으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도 13.4%, 13.8%, 14.%로 늘었다. 전체 인력 대비 R&D 인력 비율도 21년 14.9%, 15.5%, 16.5%, 17.1%로 증가 중이다. R&D센터 및 생산시설 신축 및 증축에 2025년~ 2027년 약 3500억 원 이상 설비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한미약품> |
박 대표가 가장 먼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비만치료제다. 현재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은 비만대사 6개, 항암제 15개, 희귀질환 5개, 기타 2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비만치료제는 2023년부터 ‘H.O.P 프로젝트’로 집중 관리되고 있다.
비만치료제 가운데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국내3상 단계에 있다. 연내 임상 종료 후 연말 신약허가신청,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2개 후보물질이 6월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연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GCG) 세 가지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3중 작용’ 비만치료제로 미국1상 결과가 공개예정이며 HM17321는 근육 증가와 체중 감량을 동시에 노리는 계열 내 최초(퍼스트 인 클래스) 비만치료제로 전임상 연구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비만·대사 질환 외에도 항암,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임상 단계가 고도화될수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늘어날 수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