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6-04 11:00:5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정책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세부 정책 방향이 향후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급랭했던 부동산 시장에 최근 완만한 온기가 감도는데 향후 펼쳐질 정책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과 중견·중소형 건설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국민개표방송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펼쳐질 부동산정책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닥 수준의 업황에 신음하던 건설업계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부분이 매우 소극적 경영 태도를 보여왔다. 대형 도시정비사업 수주 이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고 분양계획도 대폭 하반기로 미뤄졌다.
대선 이전부터 사실상 이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건설업계에서 입 모아 ‘대선 이후’ 정책을 말했던 이유로는 그간 이 대통령이 후보 때 구체적 부동산정책을 내놓는 데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던 점이 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같은 달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는 그림을 시작으로 한 10대 공약에 부동산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2년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10대 공약 가운데 4번째로 ‘311만 호 주택공급’을 내세우며 내 집 마련, 주거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부동산정책 공약을 선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사전투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발표한 종합 정책공약집에도 당시 이 후보의 부동산정책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만이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유력 후보로 꼽히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선거를 치르는 데 집중하며 과거 진보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중도 내비쳐왔다.
전 정부가 보수정당 정권이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큰 부동산정책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기를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정책 공약은 중도보수로 외연 확장을 꾀하는 전반적 기조와 겹쳐 우파적 색채도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이 당장 부동산정책에 큰 변화를 굳이 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종합 정책공약집에서 초고가 아파트 가격상승 억제 중심의 정책은 지양하겠다는 점을 못박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유세에서는 부동산 공급확대를 강조하면서 오르는 가격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낮출 필요성을 놓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세금을 통해 수요를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존중하고 이상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을 강조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변곡점 없이 제시된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특히 이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전략 아래 지방 시장과 중견건설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정책이 실현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비상계엄 직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상황에서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크다고 발표하면서 수요자들의 주택 마련 자금부담이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및 정책적 안정화를 향한 근본적 기대감도 깔려 있다.
다만 지방 부동산 시장과 중견건설사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서울·수도권 시장과 대형건설사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6422가구로 21개월 동안 증가세가 이어지며 11년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물량의 83%인 2만189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4월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이 소폭 감소한 반면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 미분양 주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구의 아파트 단지들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1~50위에 들어가는 상장 건설사 14곳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9곳의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5곳은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영업이익을 개선한 건설사들도 여전히 영업이익률이 극히 낮은 한 자릿수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업황 바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국면이 길어져 공사 발주도 줄어들면서 그나마 여유를 둘 수 있는 대형 건설사와 다르게 중견·중소형 건설사들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야 대형사와 중견·중소형사가 각자 규모에 맞는 일감을 적절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맞춰 건설·부동산 업계의 균형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들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토부에 30조 원 이상의 SOC 예산 편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건설투자 급감을 메우기 위한 공공분야의 재정정책이 선결돼야 한다는 취지다.
통상 대형 SOC 사업은 대형사뿐 아니라 컨소시엄 형태로 중견건설사나 지역건설사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만큼 이들에게 적지 않은 일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거점 전략도 재정을 기반으로 하는 업계의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지방 SOC, 공공주택 투자확대, 건설사 규제 완화 등의 경기부양정책이 예상된다”며 “지역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건설업종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특히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지방 중소형 건설사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제21대 대통령선거: 그 결과와 영향’ 보고서에서 이 대통령의 ‘지방성장거점 완성으로 균형발전 완성’ 공약을 국토·건설·인프라 분야에서 소개하며 “새 정부에서 공공자금 등을 투입하고 정책,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또 주택공급 확대에 따라 경기 활성화 등이 기대되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구체적 정책이나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