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5월29일 광주 동구 창업지원센터 4층 회의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6·3 대통령 선거 패배로 국민의힘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설전이 시작될 것이며, 무엇보다 비상대책위 체제를 벗어나 치열한 당권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곧바로 이번 당권 경쟁에서 뛰어들 것으로 바라본다.
한동훈의 차기 대선은 이제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새 리더십 구축 과정에 곧장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 투톱 가운데 한 사람인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에 만료된다. 대선에 패배한 정당의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전례가 많은 만큼 국민의힘이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대선 이후 벌어질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현재 당 주류인 ‘친윤(친
윤석열)계’와
한동훈 전 대표의 대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당대표는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가진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당내 기반 다지기도 가능하다.
한 전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를 갖췄음에도 당내 기반이 허약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이에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접수한다면 당내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 정치적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는 셈이다.
실제 한 전 대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친윤계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사이 ‘당권-대권 거래설’이 불거지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5월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권 거래설을 두고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없더라도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들이 무리하게 쫓아낸 사람과 당권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친윤 구태들의 진짜 해당행위”라며 직격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은 가시밭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한 전 대표와 친윤계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친윤계가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선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
윤석열 이미지’를 조금씩 희석시키면서 전당대회 주자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옹립하려 한다는 ‘안철수 옹립설’도 나온다.
특히 한 전 대표가 ‘
윤석열 출당’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김문수 후보 캠프 합류를 몇 차례 거절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친한(친
한동훈)계와 함께 ‘친윤(친
윤석열) 정치 청산’과 ‘
이준석 견제’ 등 자기 정치를 펼쳤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안 의원은 김문수 후보를 지원하면서 홍준표 이탈 만류, 5·18 정신 담은 개헌을 직접 후보에게 요청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이슈에 맞는 발언을 통해 당내 평가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5월28일 뉴스IN에서 “안 의원이 헌신하는 모습으로 당내에서 득점을 많이 했다”며 “웬만한 사람을
한동훈 전 대표와 대결시켜서 이기기 어렵지만 안 의원은 중도적 이미지가 있고 안 의원으로서도 보수정당에 들어와 세력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친윤계와 이해관계가 맞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대선 패배까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를 상대로 당권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5월2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대선에 진다면 당이 쇄신해야 된다는 요구는 무조건 커지게 돼있다”며 “친윤들이 무조건 버티기로 당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일찌감치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부정선거 등 음모론에도 거리를 두면서 ‘합리적 보수’를 지향해 온 만큼 차기 당권을 거머쥐고 ‘보수 혁신’이라는 숙제를 푼다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 비상할 가능성이 크다.
원로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5월30일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해 “대선 이후 보수세력은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로 갈라질 것”이라며 “불법 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보수를 재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한동훈과
이준석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5월29일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사전투표를 하면서 “우리 당에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당대표였던 저를 봐 달라”며 “국민의힘의 '진짜 정신', '보수의 정신'은 계엄을 막은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을 때와 복장을 입고 투표장을 찾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