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연결기준 1분기 주택을 포함한 건축 부문 매출은 1조266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3.8% 증가했다.
롯데건설 매출은 크게 초고층빌딩과 오피스텔, 주택 등이 포함된 건축과 이밖의 토목, 플랜트 등 세 가지로 이뤄진다.
전체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건축 부문 비중은 70.6%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2022년 1분기(75.5%)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주력사업 실적이 건설업계 비수기인 1분기에도 상승세를 탄 셈이다. 건축 부문 매출은 지난해 1분기(1조1125억 원)뿐 아니라 2023년 1분기(8354억 원)나 2022년 1분기(9027억 원)와 비교해도 개선됐다.
도시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쌓은 높은 수주잔고가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최근 10년 동안 시공능력평가에서는 7~9위를 오갔지만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이를 웃도는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말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에 부딪혀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하기 전까지는 착실히 수주잔고를 쌓았다.
2019년(1조1400억 원, 4위)과 2020년(2조6326억 원, 3위), 2021년(2조2230억 원, 6위) 강세를 보였고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4조2620억 원어치(6위)를 수주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위축됐지만 올해는 2조5354억 원을 수주해 삼성물산에 이어 5월 현재 2위에 올라 있다.
다만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오히려 무거운 수익성 부담을 안고 있다. 민간 도급위주로 진행되는 주택사업 의존도가 커진 만큼 원가율 상승 부담이 커졌다.
그 결과 1분기 영업이익은 37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0% 가량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도 1분기 마이너스(-) 3136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 순유출로 돌아선 흐름이 이어졌다.
박 부회장이 그동안 성과를 낸 재무구조 개선도 1분기에는 다소 후퇴했다. 박 부회장은 부임 뒤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레고랜드발 여파가 불어닥친 2022년말 264%에서 지난해말 기준 196%까지 낮아졌다.
다만 올해 3월말에는 부채비율이 205.8%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영업활동 현금창출력 악화가 ‘소방수’ 박 부회장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모양새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이 주요 건설사 가운데서도 탄탄히 쌓아둔 수주잔고를 토대로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의 3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42조5천억 원으로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4위에 위치해 있다. 연간 매출 대비 수주잔고 규모를 가늠하는 수주잔고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535.3%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5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둔 셈이다.
▲ 지난해 수도권과 서울에 공급된 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던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사진)'는 최근 완판에 성공했다.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6월 초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대단지 완판에 성공해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수익성 부담을 덜었다는 점도 박 부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인천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는 최근 3053가구의 계약을 모두 마쳤다.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에 공급 단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 시장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해 8월 청약에서는 대거 미달을 기록한 것에서 분위기가 뒤바뀐 셈이다.
부동산시장이 대선 이후에는 정책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기준금리돟 인하 흐름 아래 있어 기대감이 존재하는 만큼 롯데건설의 높은 수주잔고는 향후 실적을 지탱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 부회장 관점에서는 1분기를 바닥으로 삼고 반등계기를 마련하느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실적을 크게 떠받치는 주택사업 편중에 따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롯데건설 수주잔고 42조5천억 원어치 가운데 해외 도급 공사는 약 2조 원에 그친다. 대부분은 올해 준공이 예정된 최대주주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이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시장 훈풍을 타고 하반기에는 재무체력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핵심지 분양과 자체사업 등의 매출 인식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미성크로바 재건축 등 입지가 우수한 강남권 사업의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매출과 자금 흐름 등 재무실적에서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