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과 엔비디아의 CEO가 잇따라 TSMC와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와 퀄컴의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대만 TSMC를 핵심 파트너로 앞세우며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형 고객사 수주를 확보하기 더욱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대만 타이페이타임스는 20일 “퀄컴 CEO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는 TSMC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대만 최대 IT행사 컴퓨텍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TSMC의 큰 고객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가 퀄컴의 ‘1순위 제조 협력사’라는 표현을 쓰며 연간 400억 개에 이르는 모바일 및 인공지능 반도체 등 부품을 공급한다고 덧붙였다.
퀄컴이 앞으로도 TSMC의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밝힌 셈이다.
이날 행사에서 퀄컴은 인공지능 데이터서버용 CPU 시장에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와 연동해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다.
아몬 CEO는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서도 퀄컴이 TSMC와 깊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컴퓨텍스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서 인공지능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 출시에 TSMC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 블랙웰 반도체가 TSMC의 파운드리 및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모두 활용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만 협력사들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TSMC와 협력해 대만에서 거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5년 5월19일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의 다양한 컴퓨팅 플랫폼은 5G와 6G 네트워크, 기상예보, 유전자 연구 등 여러 분야에 쓰인다”며 TSMC의 기술이 활용된다는 점을 앞세웠다.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TSMC와 협력 관계를 잇따라 강조한 것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입지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꾸준히 협력을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기술력 및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 및 대형 고객사 반도체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잠재 고객사로 평가받는 퀄컴과 엔비디아가 잇따라 TSMC와 협업 관계를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의 도전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로봇 등 가장 앞선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TSMC의 반도체 미세공정 파운드리가 잇따라 대형 고객사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퀄컴은 2나노를 비롯한 차세대 공정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노리는 핵심 고객사로 꼽힌다.
퀄컴 CEO가 TSMC 파운드리를 우선순위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기회가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최근 대만 주요 IT기업 경영진과 만찬에서 TSMC의 2나노 파운드리 단가가 아무리 높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꾸준한 협력을 약속했다.
다만 AMD를 비롯한 다른 고객사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다며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는 “삼성전자가 AMD 반도체 생산에 TSMC를 뒤잇는 예비 후보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