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선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통합'과 '로우키' 행보를 계속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치 역사상 전무후무한 당내 경선 지지도를 업고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다.
이 후보는 현재 거대 양당을 통틀어 압도적 지지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가 본선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통합’과 '로우키(Low-key, 낮은 자세)' 전략을 펼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28일 후보 확정 뒤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음에도 이 후보가 첫 행보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역 참배를 선택한 것은 ‘진보적 선명성’을 강화하기보다 지지층 외연을 확장하려는 ‘중도보수론’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지금 가장 큰 과제는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 질서와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좌우, 진보 보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지나간 이야기, 이념, 진영 이런 것들은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대선 상임 선대위원장에 ‘보수의 책사’로 평가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 등을 살펴볼 때 이 후보의 ‘우클릭’은 정무적으로 나쁠 것이 없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전날 펼쳐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최종 결과 89.77%의 지지를 얻으며 김동연(6.87%), 김경수(3.36%)를 크게 앞섰다.
이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은 민주당 계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당 지배력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받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78.04%)은 물론 보수진영에서 압도적 팬덤을 지녔던 박근혜 전 대통령(83.97%)보다도 높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게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7년 대선과 비교해 다른 진보 정당들의 견제도 약한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 후보는 진보 진영보다 중도와 보수진영 유권자 쪽에 공략할 표가 더 많다고 볼 여지가 크다. 또한 보수진영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이른바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와 반감을 줄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가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통합’으로 총 14회에 이르렀다. 반면 ‘단죄’나 ‘처벌’이란 단어는 없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후보가 통합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대내적인 통합과 대외적인 확장성을 다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며 “선대위 자체 구성에도 (통합의) 상징적 인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도 같은 날 YTN뉴스 나우에서 “대선 본선에 가서는 유권자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념을 떠나서 이 나라를 통합시킬 수 있는 의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표를 줄 거 아닌가”라며 “그래서 아마 통합이 가장 지금
이재명 후보에게는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의 ‘통합’ 행보와 함께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도 본선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말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신의 사회관계소통망(SNS)을 통한 공약 발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앞서가는 후보임에도 ‘K-이니셔티브’ 비전 발표 영상 외에는 자체 영상 제작이나 시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반도체 공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발표했다.
이 후보의 로우키 전략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세론'을 굳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력 대선 후보로서 상대 후보를 저격하는 '강성' 이미지는 희석시키고 진중한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 이러한 이 후보의 ‘리스크 최소화’ 전략은 중도층에서의 지지도 상승으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1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중도층' 가운데 44%가 이 후보를 차기 대선후보로 꼽았다.
이는 1주 전 조사(34%)보다 10%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홍준표(5%),
김문수(3%),
한동훈(7%)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같은 기간 실시된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중도층의 호감도는 37%에서 45%로 8%포인트 상승해
김문수(15%),
홍준표(18%) 등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게다가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누구와 맞붙어도 15%포인트 안팎의 지지도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대선 3자 가상대결 결과. <리얼미터> |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보수진영 대선 부보들과 3자 대결을 펼쳤을 때 50%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압도적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지지도 상승을 위해 파격이나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 후보 경선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던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27일 채널A 뉴스에서 국민의힘이나 ‘반명(반
이재명) 빅텐트’ 대응 전략을 두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조용한 힘으로 대응한다”며 “정치적 구호보다는 실용주의적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NBS여론조사는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 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5명을 대상으로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