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캇성철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두산의 아픈손가락이었던 두산밥캣을 탈바꿈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 |
[씨저널]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계열사다.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49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두산밥캣을 인수할 때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믾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는 이른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두산밥캣이 그 위기를 딛고 캐시카우로 발돋움한 데에는 오너일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스캇성철 박 대표이사 부회장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 두산밥캣, '미운오리'에서 '캐시카우'로
두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18조1329억 원인데 두산밥캣의 매출은 8조5437억 원으로 두산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12%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두산밥캣 역할은 더욱 커진다.
2024년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은 8714억 원으로 두산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35%를 차지한다.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에 인수될 당시인 2007년 직후 실적은 매우 부진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1조2천억 원에 가까운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건설경기가 악화됐던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밥캣은 어떻게 '미운오리'에서 '캐시카우'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그 공은 2013년 두산밥캣 대표를 맡은 스캇성찰 박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돌아간다.
박 부회장은 먼저 북미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북미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현지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미국 노스다코다 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약 6만7천 대의 소형로더를 생산하는데 더해 7천 만 달러를 들여 2022년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스테이츠빌 공장을 증설해 농업 및 조경용 건설장비 수요에 대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두산밥캣은 현재 매출의 70% 이상을 북미에서 올리는데 북미 소형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간 유기적 관계를 확장시켰다.
쉴러 그라운드 케어의 잔디깎이 업체 제로턴모어 사업을 인수하여 조경장비 시장에 진출하는 등 인수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지난해 중장비용 유압부품 전문 기업 모트롤을 인수하며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꾀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박 부회장은 2024년 6월 모트롤 인수를 결정하면서 “건설장비를 비롯한 산업용 장비의 핵심인 유압 기술 보유 기업 모트롤 인수를 결정했다”며 “세계적 수준의 제품과 기술을 갖춘 두산밥캣과 모트롤이 수직적 결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외부 물량 확대로 모트롤의 외형 확장을 도모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도 주효했다.
기술투자는 기업의 숙명과 같은 작업이지만 박 부회장은 단순히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농업기술(애그테크)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는 등 무인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전동화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건설기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스캇성철 박 두산밥캣 부회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 |
◆ 장수 CEO, 오너일가의 깊은 신뢰 받아
스캇성철 박 부회장이 두산그룹에 합류할 당시만 해도 재계에 아주 잘 알려진 경영자는 아니었다.
박 부회장은 1965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하비머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두산그룹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KPMG 로스앤젤레스 지사 이사, 오라클 코리아 이사, e-Xperts 서울지사 사장(CEO), SAP코리아 전략기획담당(CSO)을 지냈다.
볼보건설기계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하며 건설기계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쌓았고, 이는 두산밥캣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미국 국적에 영어에 능통해 북미와 유럽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두산밥캣 경영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그의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와 건설기계에 대한 이해가 두산밥캣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꾸준한 신뢰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신뢰는 12년 넘게 이어졌고 박 부회장은 두산그룹에서 장수 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 위기 속 기회, 2030년 매출 16조 목표
박 부회장이 두산밥캣을 이끄는 여정에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최근 건설경기 둔화로 인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환율 변동 역시 두산밥캣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멕시코 신공장 건설을 통해 북미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인도 첸나이 공장 준공을 통해 신흥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25년 2월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매출 12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인수합병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두산밥캣이 인베스터 데이행사를 연 것은 2016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래 처음으로 그만큼 박 부회장의 의지가 결연하다는 것을 엿보게 한다.
박 부회장은 “최근 5년 동안 잔디깎이, 지게차 등 인접 사업 분야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높은 성장을 이뤘다”며 “이런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에 혁신을 더하고 인수합병을 비롯한 비유기적 성장도 함께 추진해 2030년에는 매출 12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