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샤오펑이 광둥성 광저우 항구에서 2월22일 진행한 전기차 X9 수출 선적식에 한 방문객이 차량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자동차 회사가 ‘레벨3’ 자율주행 차량을 올해 안으로 출하하겠다고 잇따라 선언하면서 미중간 기술 주도권에서 앞서 나가는 모양새를 다지고 있다.
세계 기준 레벨3 자율주행은 시범 운영하는 기업조차 많지 않은 만큼 중국이 이른 상용화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3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지리자동차 및 샤오펑 등이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 출시를 공식화해 미국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는 레벨3 자율주행을 탑재한 9X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올해 연말 출하하겠다고 밝혔다. 4월 상하이 오토쇼에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펑은 올 하반기 레벨3 기술을 달성한 뒤 내년 레벨4 차량 양산에 돌입한다고 18일 진행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알렸다.
중국 광저우자동차(GAC) 또한 연내 레벨3 적용 차량 판매를 시작한다고 알려졌다.
레벨3 자율주행은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단계다.
메르세데스-벤츠 정도가 독일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 레벨3 시범 운행 승인을 받고 실증 실험만 진행하는데 중국에서 차량 출시를 예고한 업체가 다수 등장한 것이다.
자율주행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핵심 경쟁 무대다.
구글 웨이모를 앞세운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 등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가운데 중국이 레벨3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까지 중국 내 레벨3 자율주행 차량 누적 판매는 100만 대로 같은 시점 북미나 유럽의 4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도 레벨3 차량 도입을 위한 정책으로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GAC를 비롯한 국영 완성차 업체 및 민간기업 모두 9곳에 일반 도로에서 레벨3 시범 주행을 지난해 6월 승인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올해를 레벨3 자율주행차 양산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2020년부터 세워뒀다.
당국이 5년 전 설정한 시간표에 맞춰 샤오펑이나 지리자동차와 같은 중국 업체가 기술개발 및 제품 출시를 구체화한 셈이다.
▲ 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한 정류장에서 르노그룹 무인 미니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중국 위라이드와 기술 협업을 통해 도입한 차량이다. <연합뉴스> |
중국 당국은 안전이나 택시 일자리 문제 등을 고려해 레벨3 전면 승인을 아직 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업 육성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자국 완성차 업체에 양산 시점에 맞춰 이를 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산업 분석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 소속 예일 장 분석가는 “중국이 레벨3 차량을 승인하면 운전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업체들 사이 자율주행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전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지목된다. 자율주행이 대중적 기술로 자리잡아 차량 판매를 위해선 기술 개선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컨설팅업체 가이드하우스의 ‘2024년 자율주행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중국 업체는 2위 바이두와 7위 위라이드 2곳으로 미국에 이어 2번째 비중을 차지한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없다. 한국 스타트업인 에이투지(A2Z)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이 각각 11위와 15위에 올라 있다.
KB증권은 2월27일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소비자는 자율주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중국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는 현지 판매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 완성차 기업이 중국 기술을 도입하는 계기로 작용해 글로벌 영향력까지 확대할 공산이 크다.
최근 BMW나 폴크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은 중국과 기술 제휴를 늘리는 추세다.
미국 자동차 업계마저 중국에 빠른 기술 진화를 의식해 자국 내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의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은 “자율주행 발전에 힘쓰지 않으면 중국에 리더십을 넘겨줄 판”이라고 숀 더피 교통부 장관에 서한을 전달했다.
종합하면 중국이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계기로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 잠식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중국 스마트카 기술이 폴크스바겐과 같은 협업사 차량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