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현대건설에서도 사망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 창출 목표와 함께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 마련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연이은 사고 악재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현대건설도 사망사고가 발생해 실적 회복 분위기 속에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
21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올해 현대건설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96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잠재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를 발표한 1월22일 실적발표 이전 전망치가 7547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을 대거 반영한 뒤 회복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셈이다.
현대건설 역시 올해 1조1828억 원을 연간 영업이익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업계 주택 업황ㅓ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한우 대표는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을 올해 중점 전략 가운데 제일 앞머리에 놓고 전략적 투자사업, 고수익 상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사업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한 실패 재발 방지 등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대건설 실적 개선 분위기에 올라타는데 있어 연이어 발생한 현장 안전사고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4구역 재개발사업(힐스테이트 라센트)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14일 철거를 진행하던 건물이 무너져 근로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15일에는 경기 파주시 와동동 ‘힐스테이트 더 운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콘크리트 낙하물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나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찰 및 소방당국의 조사에 협조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건설현장에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를 막지 못한 점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책임사로 있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용천교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2월25일 DR거더(보) 설치장비가 철수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무너지면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 내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거푸집을 떼어 내리는 과정에서 거푸집이 모두 해체되지 않은 채 타워크레인이 올라가면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속도로 건설현장 사고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깊게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역시 사망사고와 관련해 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특히 취임 초부터 현대건설의 실적 반등 이외에도 미래 경영전략을 공식적으로 시장과 소통해 빅배스 이후 시장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한 준비에 공을 들이던 이 대표로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28일 상장 건설사 최초로 개최되는 현대건설의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비전을 알린다.
▲ 2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현대건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건설> |
현대건설은 15년 만에 재개한 해외 대형 원자력 발전소사업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착공 등 원전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오고 있다.
또 정기 주총을 거쳐 수소에너지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도 역량을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렇듯 이 대표로서는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힘써야할 상황에서 현장 안전 확보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때마침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현장점검의 날을 거치며 현장 관리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철저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수요자와 밀접한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과거부터 꾸준히 터져나온 사고에 따른 기업 이미지 타격 역시 부담이 될만한 요소로 꼽힌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자 3명, 부상자 141명이 나왔다. 2023년에는 근로자 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정기 주총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대표는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회복, 혁신 상품과 기술개발로 지속성장의 토대 마련 기회의 사회적 책무 이행과 가치 창출을 올해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건설명가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다른 성취감과 자긍심 위에 세워진 안전, 품질, 수행역량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 및 공정성은 현대건설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