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환경단체가 약 9년 전에 진행한 시위로 인해 미국에서 수억 달러 규모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게 됐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노스다코타주 모턴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에너지 기업 '에너지트랜스퍼'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그린피스 미국사무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그린피스가 해당 기업에 6억6000만 달러(약 969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평결은 배심원들끼리 내린 최정 결정으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린피스는 앞서 2016년 에너지트랜스퍼가 진행한 송유관 사업에 반대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송유관이 설치되면 인근 식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에너지트랜스퍼 측은 이를 두고 그린피스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위를 조장했다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수슈마 라만 그린피스 미국사무소 및 그린피스 펀드 임시 사무총장은 "이번 소송은 기업들이 법원을 이용해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러한 소송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를 보호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번 재판이 처음부터 그린피스 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노스다코타주는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주인데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도 대부분 화석연료 산업과 관계가 있거나 해당 시위를 싫어하는 사람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커크 허버트슨 '지구인권 인터내셔널' 캠페인 책임자 겸 변호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오늘 나온 평결은 그린피스의 잘못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거부하기 위해 온갖 전술과 선전수법 등을 사용한 에너지트랜스퍼 측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에너지트랜스퍼 측은 공식성명을 통해 모턴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에 감사를 전했다.
트레이 콕스 에너지트랜스퍼 변호인은 "배심원단의 결정은 그린피스의 행동이 불법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오늘은 미국 헌법과 노스다코타주, 에너지트랜스퍼의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판결 결과에도 이전과 같은 시위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즈 크리스텐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를 악화하고 환경 불평등을 심화하며 모두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미래보다 화석연료 기업의 이윤을 우선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 4년 동안 환경보호 정책은 후퇴했고 이제 그와 연계된 세력들이 시민사회를 탄압하려 하고 있으나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