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3-17 18: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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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전통적인 유정란 방식의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GC녹십자(이하 녹십자)가 세포배양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독감 백신 확보에도 연구개발을 놓지 않고 있다.
유정란 백신은 개발 단가가 낮고 안정성이 검증돼 70년 넘게 여전히 전 세계 백신 생산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조류독감 등 외부 변수에 원료 수급이 취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 전통적인 유정란 방식 독감 백신개발 기업 GC녹십자가 세포배양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독감 백신 기술 확보도 놓지 않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mRNA 독감 백신의 전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녹십자가 당초 목표로 했던 2024년 임상1상 진입에 비해서는 다소 늦지만 2023년 전라남도 화순에 위치한 백신 공장에 mRNA 파일럿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생산시설을 구축한 이후 mRNA 관련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녹십자는 현재 유정란 독감 백신 방식의 ‘지씨플루’를 안정적으로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2016년 4가 독감 백신 임상은 세포배양 방식으로도 진행했지만 사업성을 고려해 기존 플랜트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유정란 방식에 집중해 왔다.
mRNA 백신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것은 유정란 백신의 구조적 리스크를 보완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생산이 현저하게 줄면서 달걀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1월 달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53% 치솟았다. 1월에서 2월 사이에도 10.4% 상승하면서 2월에는 전년대비 58.8% 상승했다. 미국은 전 세계 달걀 2위 생산국가인데 국내 농가에서도 처음으로 미국으로 달걀을 수출할 정도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GC녹십자가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독감 백신 지씨플루. < GC녹십자 >
유정란 백신은 개발 단가가 낮고 안전성이 검증돼 이후 더 발전된 기술이 나왔음에도 전 세계 독감 백신의 85% 이상이 이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독감 원액을 자체 개발한 국내기업 3곳 중에서는 녹십자와 일양약품이 유정란 백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포배양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유정란 백신은 동시에 달걀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접종 불가하고 특정 바이러스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포배양 방식이나 mRNA 백신 등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물론 이번 달걀 가격 폭등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니만큼 국내 백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전남 화순 인백팜 양계장에서 독감 백신 생산에 필요한 유정란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다”며 “이번 미국 달걀 가격 상승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16년 국내에서 조류 독감이 유행했을 때에도 녹십자는 양계장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류독감이 계절성을 잃고 연중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철새 이동이 멈추면 발병도 수그러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계절과 무관하게 조류독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내 조류 독감 인체감염 사례도 2023년 29명에서 2024년 109명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GC녹십자가 새로운 방식의 독감 백신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도 기존 유정란 생산 방식에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유정란 방식은 평소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어도 팬데믹같이 대량 생산을 해야 할 때 달걀 공급이 어려워지면 원활한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에도 치료제 ‘타미플루’ 생산 수요가 급증하며 일시적으로 유정란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때 세포배양 백신이 유정란 배양 백신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세포배양 백신과 mRNA 백신은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는다. 세포배양 방식은 동물 세포에서 배양한 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든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배양하지 않고 유전정보만 전달해 인체 안에서 항원을 스스로 만들게 한다. 이에 모더나와 화이자 등이 독감 백신 개발에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mRNA 독감 백신은 없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