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진입에 자신감을 보였다.
MBK·영풍 측은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7일 법원의 가처분 판결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대부분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연합의 이사회 과반 확보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을 두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들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9일 주장했다. < MBK파트너스 > |
이들은 "집중투표제로 주주총회를 거듭할수록 최대주주인 MBK·영풍 측이 선임하는 이사 수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선임하는 이사 수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사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MBK·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2월7일 일부 인용했다.
효력이 정지된 결의는 △이사회 정원 최대 19인으로 제한 △고려아연 주식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이다.
또 법원은 최 회장 측이 주총에서 선임한 신임 사외이사 7인의 직무도 정지시켰다. 다만 임시 주총 결의 가운데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의 효력은 유지됐다.
MBK·영풍은 3월 말에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부터 이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모두 18인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7인이 최 회장 측 인물들이다.
최 회장 측 이사 가운데 5인의 임기는 정기 주총 시점에 만료된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이사 7인의 직무정지를 반영하면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이 5명, MBK·영풍 측이 1명(장형진 영풍 고문)이다.
MBK·영풍 측은 "이사 선출은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MBK·영풍 측이 최 회장 측보다 1~3명 더 선출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MBK·영풍 측과 최 회장 측의 이사 수 차이는 2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회장 측 우호세력이 지분이 분산된 점을 고려해,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1인 선출에서는 최 회장 측이 유리하다고 봤다.
향후 임시 주총을 소집해 MBK·영풍 측 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MBK·영풍은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현물 출자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은 7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주식 25.42%를 현물출자해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MBK·영풍 측은 "영풍은 기존 제련 사업 등 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고려아연 주식은 영업이 아닌 관계기업 투자지분이기에 그 처분에 특별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회사 사이에서의 주식양수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다"고 덧붙였다.
현물출자를 향한 최 회장 측의 문제제기에 반박한 것이다.
상법 제374조는 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는 행위를 주주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이 주총 결의 없이 자산의 70%를 현물출자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주식에서 나오는 현금배당이 영풍의 주요 재원 마련 수단이며, 영풍의 사업 정상화에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MBK·영풍의 현물출자는 상법상 ‘상호주 제한’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현물출자로 순환출자구조에 ‘유한회사’인 와이피씨가 끼게됐다. 현행 상법의 상호주 제한 규정은 ‘국내회사’이자 '주식회사'에만 적용돼 와이피씨를 통한 영풍의 의결권행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은 1월22일 영풍 지분 10.3%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선메탈코퍼레이션→영풍’의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됐다.
다음 날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상호주 제한 규정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25.42%의 의결권이 사라진 MBK·영풍 연합은 표대결에서 '완패'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