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라 스마트폰과 PC 등 IT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IT부품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원자재와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스마트폰, PC, 노트북 등 IT제품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전자기기에 기판과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가격 상승에 따른 IT 기기 수요 침체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부품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IT·가전 기기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대만 반도체에 최대 100%, 중국산 모든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가전제품 가격이 오르려하고 있으며, 이미 소매 업체들은 여파를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관세 환경에 적응함에 따라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 콘솔, 전기자동차는 모두 더 비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가격 인상은 IT 기기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에는 정보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바일용 D램, 모뎀칩, 전력관리칩,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보조 칩과 센서 포함해 평균적으로 100여 개의 반도체가 사용된다. 노트북과 PC에는 이보다 많은 수백 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국에서 로직 반도체 가격이 최대 59%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직 반도체는 CPU, 모바일 프로세서(AP) 등의 시스템반도체를 의미하며, 이는 IT 기기에 필수로 탑재된다.
인상된 반도체 가격은 중간 기업들이 일부 부담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영컨설팅업체인 PwC의 스콧 알마시 연구원은 “(상승한 비용은) 이론적으로는 공급업체와 소비자가 50:50으로 비용을 나누는 것이 중간 지점”이라며 “각 기업이 비용 분담 방안을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전쟁에 따라 IT 기기 원자재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IT 제품에 필수적 원자재인 알루미늄과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리 수입 현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직후 뉴욕상품거래소(COMEX) 알루미늄과 구리의 가격은 폭등했다.
트럼프의 20% 추가 관세에 반발한 중국은 미국산 목재와 농축산물에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추후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원자재를 무역 전쟁의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삼성전기> |
이에 따라 삼성전기와 LG이노텍과 같은 국내 IT부품 업체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PC, 노트북 등 IT기기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하며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다. 전장 부품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방산업인 IT 수요가 감소한다면 매출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초 증권사들은 중국의 내수 살리기 정책인 ‘이구환신’으로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 회복을 예상하며 삼성전기의 MLCC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외 지역의 IT 기기 수요가 줄어들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올해 전체 IT 기기 공급량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LG이노텍의 '광학식 연속 줌 모듈'. < LG이노텍 > |
LG이노텍은 더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에서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며 지난해부터 애플은 전체 아이폰 매출의 24%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에서 판매량 부진을 겪고 있다.
궈밍치 대만 TF 인터내셔널 연구원은 “2025년 상반기 아이폰 출하량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의 감소는 2분기에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애플에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DA데이비슨 기술 책임자인 길 루리아는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아이폰 판매를 아예 없앨 수도 있다”며 “이런 것들은 미국과 대립하는 모든 나라가 미국에 관세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