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레드카시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보조금 지원 없이는 유지가 어려워 정부와 납세자들의 지출 부담을 계속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 관련 비영리기구 '에너지연구소(IER)'는 자체 발행물을 통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별도 세액공제와 보조금 등을 통한 지원 없이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저렴한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경쟁력이 부족해 자체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세액공제를 통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 산업 분야에 지원된 금액은 약 314억 달러(약 45조8848억 원)에 달했다.
IRA가 현행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재무부가 풍력과 태양광 발전 산업에 지원해야 하는 세액공제 규모는 약 4210억 달러(약 615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10년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해당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규모는 2015년 대비 15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IER은 이 같은 지출이 납세자들과 기업들의 ‘숨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경제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주는 보조금 규모가 커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드러나고 있지 않으나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럽에서는 높은 전기료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IER은 대표적으로 지난해 석탄 발전을 전면 퇴출하고 해상풍력 비중을 높인 영국은 산업용 전기료가 미국보다 약 4배 높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차액계약제도(CfD)'를 통해 해상풍력 분야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2024년 한 해 동안 약 24억 파운드(약 4조3천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액계약제도란 영국 정부가 발전사업자가 받는 전력도매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아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서방 국가들이 이처럼 막대한 비용 지출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기후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세계 각국이 산업화 이전 대비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조약을 말한다.
파리협정에 따라 세계 각국은 주기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해 발표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높은 비용 지출에도 불구하고 풍력과 태양광을 통한 탈탄소화 노력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국 예일대, 영국 엑서터대, 중국 난징대 등 학계에서 지난해 내놓은 여러 분석을 종합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면 2050년에는 세계 평균 기온이 최소 2.7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IER 관계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분야의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정부와 소비자의 지출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 같은 보조금 금액만으로는 기후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대로라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전기 요금 인상과 늘어나는 정부 지출은 유럽과 같이 미국의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