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견제하려 다수의 제재 조치를 도입했지만 중국 업체들이 이를 극복하고 기술 발전에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
[비즈니스포스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거대 인공지능(AI) 모델 기술 발전에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반도체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전문 기술인력 육성에도 힘쓴 결과가 나타나며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9일 “인공지능 시장에서 미국의 선두 지위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중국에서 놀랄 만한 결과물이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딥시크 등 중국 IT기업에서 최근 잇따라 선보인 인공지능 모델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신 기술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공지능 선두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17년에 이런 계획을 발표한 뒤 자국 IT 업체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해 왔다.
미국 트럼프 1기 정부와 현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시도를 경계하며 다양한 규제 조치를 잇따라 도입해 왔다. 이는 주로 첨단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인데 중국이 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제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가장 효과적 견제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반도체 물량 확보를 서두르며 규제 영향을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딥시크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기 1년 전부터 약 1만 개의 물량을 사들여 데이터서버 및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업체를 통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며 미국 규제를 우회한 사례도 최근 들어 다수 파악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르면 10일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 제재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졌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씽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은 타임에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에 허점은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며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에 미국 규제 영향이 아직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2024년 7월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전시장에 텐센트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연합뉴스> |
엔비디아가 미국 규제로 중국에 저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만 공급하기 시작한 뒤에도 텐센트를 비롯한 기업의 기술 발전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텐센트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거대 모델은 벤치마크 성능 검사에서 메타의 가장 앞선 기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임은 “텐센트가 해당 모델을 엔비디아 저사양 제품인 H20 반도체로 이뤄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하드웨어 성능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버클리 리스크보안연구소는 이를 두고 “텐센트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하드웨어 성능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미국이 ‘두더지 잡기’ 식의 반도체 규제를 실시하는 대신 대중국 견제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전문 기술인력 육성에 집중해 온 결과가 이러한 성과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임은 중국에서 배출하는 인공지능 연구원 수가 미국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의 인재 경쟁력이 지금과 같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여러 규제에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이는 차기 트럼프 정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비롯한 여러 강경한 대응책을 예고했지만 기술 규제와 관련한 입장은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타임은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기존의 대중국 규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관련 정책 방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중국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기술 발전에 한계를 맞도록 한 효과적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씽크탱크 CEIP는 타임에 “미국이 중국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중국이 여러 규제에도 기술 발전에 꾸준한 성과를 거둔 만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일도 긍정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