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조 단위’ 부동산 매각으로 인공지능(AI)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해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부동산 매각으로 최대 3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가 최근 약 3조 원으로 평가받는 20여 개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해 관련 컨설팅 자문사를 선정, 이르면 올해 1분기부터 비주력 자산 유동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우량 부동산 자산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과거 공기업이던 시절, 유선 전화 사업을 위해 전국 주요 도심 지역에 전화국을 세웠는데, 통신기술 발달로 전화국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440여 개의 전화국 부지가 유휴 부동산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KT는 2010년부터 부동산 전문회사 KT에스테이트를 만들어 오피스텔 임대, 호텔 등 부동산 사업을 해왔으며,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4~5% 수준으로 추정됐다.
특히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안다즈 서울 강남,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등 5성급 호텔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호텔 업계의 숨어있는 ‘큰손’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부동산, 호텔 등 비핵심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부동산을 깔고 앉아 4~5%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내는 것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KT와 같은 통신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재무전문가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LGCNS 대표로 재직할 때도 자본과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LGCNS 재무구조와 사업 체질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24년 9월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AI·클라우드·IT 분야 사업 협력 및 역량 공유를 위한 5개년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면 KT는 그동안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미흡했다.
KT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3년 6.05%였으며 2024년에는 3.79%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024년 추정 ROE가 각각 9.96%, 6.46%인 것에 비해 자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 일본 KDDI의 ROE도 13%~14% 수준에 이른다.
KT는 지난해 11월 ROE를 2028년까지 9~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그동안 다소 방만한 경영이 고착화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김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해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라며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KT가 20여 부동산 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한다면 최대 3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부동산 매각 자금을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IT 서비스 기업인 LGCNS를 오랫동안 이끈 만큼, 인공지능(AI)이 각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한국형 AI 솔루션 개발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을 위해 5년 동안 2조4천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최대 4조6천억 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1분기에는 AI와 클라우드 분야 전문 인력 100여 명으로 구성된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출범, 한국형 특화 AI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AI 전환을 위한 전문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국내 통신사 가운데 KT가 처음이다.
MS와 사업 협력 관계를 위해 KT는 지난 2일 한국MS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사업 리드였던 전승록 씨를 본사 전략·사업컨설팅부문 GTM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GTM 본부는 인공지능(AI) 전환 사업을 MS와 협력해 발굴·제안·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전략·사업컨설팅부문 조직이다.
KT는 또 한국MS에서 기업고객사업부 상무, 엔터프라이즈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았던 김원태 씨를 KT 엔터프라이즈부문 전략고객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체질을 바꿈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그의 경영 의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 중점 목표 중 첫 번째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MS와 협업을 바탕으로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지난해는 AICT 컴퍼니로 변화하기 위해 역량, 인력, 사업 혁신에 집중했고,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