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카드업계에서 ESG채권 발행이 늘어난 가운데 우리카드와 현대카드가 가장 많은 물량을 견인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카드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면서 올해 역시 카드업계에서는 ESG채권 발행이 활발히 이뤄졌다.
카드사들이 주요 ESG전략에 따라 ESG채권 종류를 선택하는 가운데 상생금융을 위한 사회적채권과 친환경사업에 쓰이는 녹색채권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현대·롯데·하나·우리)이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2조6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행 규모인 1조8300억 원을 진즉에 훌쩍 넘겼다.
카드사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2021년 3조 원대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시장 위축으로 2022년 1조 원대로 떨어졌는데 다시 살아나는 셈이다.
ESG채권은 발행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을 말한다.
카드사들이 ESG경영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 채권 발행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SG채권은 자금 사용 용도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으로 나뉘는데 채권 발행 자금을 특정 목적에만 써야한다는 점에서 각 카드사의 ESG사업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해 카드사의 ESG채권 발행 경향을 보면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신한·삼성·현대카드는 녹색채권, KB국민·하나·우리카드는 사회적채권만을 발행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을 함께 발행했으나 올해는 ESG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올해 사회적채권에서는 단연 우리카드가 돋보였다.
우리카드는 한국거래소 공시 기준으로 올해 모두 23개, 9900억 원 규모 ESG채권을 발행했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체 ESG채권 발행량의 37%를 차지했는데 이를 모두 사회적채권으로 발행했다.
우리카드는 사회적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영세·중소가맹점 금융지원(카드결제대금 지급)에 사용한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카드에 ‘상생금융’ 선도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서 우리카드가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더욱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카드업계 1호 상생금융방안을 내놓았다. 이후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단말기 보급 등 다양한 상생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녹색채권에서는 현대카드가 올해 7100억 원 규모를 발행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500억 원을 발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발행 규모가 3배가량 늘었다.
현대카드가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목적은 ‘친환경차량 결제대금 지원’이다.
▲ 카드사들은 국내외에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
친환경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사업에 힘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량 등 친환경차량 구매 고객에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그룹사 사업과 연계성도 높다”고 말했다.
국내 고금리 환경 속 자금조달처를 해외로 다각화하면서 해외ESG채권을 발행한 곳도 있다.
신한카드는 3월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한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6억 달러 규모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가능 경영 기조에 맞춰 ESG채권을 활발히 발행하고 있다"며 "상생금융 등의 중요성이 큰 만큼 앞으로도 발행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