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12-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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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2026년 정원 조정을 비롯해 의료계 목소리가 반영된 법안들을 앞세워 의료계와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 정시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2025년 의대정원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첫 번째)이 12월19일 오후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사협회·전공의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내 최대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또 의료공백 해소의 핵심인 전공의 단체들 역시 내년 증원 폐지라는 기존의 태도를 완강하게 유지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협상을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보건 의료 인력 지원법 개정안(의대정원 감원법)'을 2025년 1월 초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법안은 2026년도 의대정원 동결과 감원까지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제안 이유로 “의료대란이 장기적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26년에는 의대감원까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때 감원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의료공백에 다른 국민 피해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정부도 지금의 의료대란을 재난상황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 초래한 명백한 인재에 대해 정부가 분명히 사과하고, 법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도 의대생 2천 명 증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 의료개혁안을 추진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게 되고 국민의힘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혼란에 빠지면서 의료갈등 해결의 주체로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의료계 목소리가 담긴 이들 법안들을 의협 회장 선거 이후 처리하면서 새 지도부를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사협회·전공의단체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의료 교육은 불가능하며 의료 대란도 심화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토론회를 비롯해 의료계와 자주 만나 문제를 풀어 가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과 대전협을 비롯한 의료계 주요 단체는 아직까지 2025년도 의대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의사들의 즉각 복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의협은 2025년 1월2일부터 4일까지 회장 선거를 진행해 신임 의협회장을 선출하는데 다수 후보들이 대 정부 기조에서 '강경파'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3일 용산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합동설명회에서도 향후 의정갈등 해소 방향으로 대체로 2025년 의대정원 백지화와 같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많았다.
의협회장 후보인 김택우 강원도 의사회장은 의정갈등 해소 방향과 관련해 "부담을 느끼는 정치권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현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동욱 경기도 의사회장도 "그동안 의협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보건의료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있지만 구체적 협상까지는 갈 길이 먼 모양새다.
특히 의료공백 해소의 핵심인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대한전공의협회는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비대위원장은 국회·의사협회·전공의단체 간담회에서 "대통령 직무정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증원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전공의도 의대생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용산 의협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사협회·전공의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의료계 주장을 민주당에서 그대로 수용하기도 곤란하다. 2025년도 수시 의대 합격자발표는 12월26일 이미 마감됐다. 정시 원서접수는 12월31일 시작돼 2025년 2월12일 마감된다.
정시 입시가 한창 진행중인 2025년 1월 이후 입시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 피해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5년도 입시조정문제와 관련 “관련 법규와 규정을 여러 차례 점검하고 검토해봤지만,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한 치의 조정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도 현 상황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실리를 구하자는 시각도 있어 정치권과 의료계가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의료계 내에서 강경파로 알려진 의협 회장 후보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합동설명회에서 "남이 만들어 놓은 판에 들어가면 안된다"면서도 "24학번에 수업 우선권을 주고, 25학번들이 한해 늦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2026년 입시를 중단한 뒤) 2027학년도부터 3~5년에 거쳐 입학정원을 조절해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최안나 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도 "수련현장 복귀는 개인의 선택으로 두고 후배들의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겠다"며 "당장 입대를 앞둔 후배들을 위해 정치권과 의무사관 후보생 제도 개선부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온건파로 꼽히는 의협 회장 후보인 강희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국민들이 의사들 주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의료계 입장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현실적으로 수시 합격증을 받은 학생들도 인정해야 하고 후배들에게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교육받고 수련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