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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후대응 체계 '파편화'로 한계, 글로벌 통합체계 구축 커지는 목소리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2-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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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후대응 체계 '파편화'로 한계, 글로벌 통합체계 구축 커지는 목소리
▲ 13일(현지시각)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1차 IPBES 정례회의에서 파멜라 맥켈위 루트거스 대학 인류생태학 교수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IPBES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생물다양성 손실로 심각한 수자원, 식량, 기후변화 피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규모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지나치게 분산돼 있어 비효율적인 대응만 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정부들이 환경과 기후 문제와 관련된 정책과 대응을 수행할 때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서로 연계해 대응할 수 있는 '기후대응 넥서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국제기관 보고서와 관련 외신을 종합하면 세계 각국이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체계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어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엔 아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이 보고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IPBES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생물다양성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정책 제언을 내놓는 기관으로 기후변화 분야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IPBES는 '넥서스 평가 보고서(Nexus Assessment Report)'를 통해 세계 생물다양성 손실 현황과 기후변화, 세계 경제, 식량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통합적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은 육상생태계 및 수생생태계와 이들의 복합생태계를 포함해 모든 원천에서 발생한 생물체의 다양성을 말한다. 생물다양성이 커질수록 생태계의 기후변화 등 외부 영향에 저항력이 강해진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생물다양성은 10년마다 평균 6%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환경, 농업, 보건, 기후 피해에 따른 규모를 종합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매년 최대 25조 달러(약 3경6천조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IPBES는 이같은 피해 영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인간 사회보다는 자연계로 전가되는 방식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생물다양성 손실이 더 심각해진다면 인간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보고서 공동 주요 저자를 맡은 파멜라 맥켈위 미국 루트거스 대학 인류생태학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일으킨 피해에 대한 대가를 아직 대부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그 피해는 (지구 어딘가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진행된다면 가장 먼저 피해가 두드러질 분야로는 식량, 기후변화, 수자원 등이 지목됐다. 문제가 복합적으로 여러 분야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자연계에서 모두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각국 기후대응 체계 '파편화'로 한계, 글로벌 통합체계 구축 커지는 목소리
▲ 파울라 해리슨 영국 생태수문학센터 학자. < IPBES >
맥켈위 교수는 "생물다양성, 식량, 물, 기후변화 등은 모두 서로 상호 연결된 위기"라며 "각자 악화되면서 서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위기 상황과 달리 현재 세계 각국이 해당 문제들에 대응하는 체계는 각국 정부 부서별이나 국가별로 파편화돼 있어 매우 비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맥켈위 교수는 "각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별 사례들을 보면 정책들이 같은 문제에 중복해 제정되고 있는 상황이라 행정 낭비가 매우 심각하다"며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면 복합적 위기에 다방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넥서스(Nexus)'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넥서스란 생물다양성, 기후대응, 식량, 수자원 문제 등에 별도로 대응하는 현재 각국 정부별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사회통합적 접근방법으로 정부 외에도 비정부기구, 원주민 사회,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대도 포함된다.

IPBES 보고서의 다른 주요 저자인 파울라 해리슨 영국 생태수문학센터 학자도 "현재 각국의 대응 체계를 보면 각 위기와 관계가 있는 분야를 서로 다른 부서가 담당하고 있어 각자만의 방(silo)에서 작동하고 있다"며 "그들은 단편적이고 고립된 정책을 개발하고 있어 종종 기후, 보건, 생물다양성, 식량, 물 사이에 상호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거나 무시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과 정부 기관도 이번 IPBES 보고서에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베카 자비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기술대 수석학자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를 통해 "지금까지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제에 취해진 조치 대부분은 단일 과제로 별도 취급됐었다"며 "이같은 접근 방법은 과제 전반에 걸쳐 공동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동시에 한 과제에 대한 조치가 다른 과제에 부정적이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역효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각국 기후대응 체계 '파편화'로 한계, 글로벌 통합체계 구축 커지는 목소리
▲ 13일(현지시각)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1차 IPBES 정례회의 회장 모습. < IPBES >
이번 IPBES 보고서를 수용하기로 한 유럽집행위원회는 넥서스 구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공식발표를 통해 "IPBES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이나 기후 등 한 분야에 한정한 대응을 진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냈다"며 "따라서 여러 위기에 한 번에 대응하는 통합 접근 방식이 세계 사회가 합의한 파리협정이나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협의체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한 협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주목적으로 하는 협약이다. 쿤밍-몬트리얼 협의체는 생물다양성 보존과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약인데 유럽집행위원회는 각국 대응 체계를 통합한 기후대응 넥서스를 구성하는 것이 양쪽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유럽집행위원회 외에도 13일(현지시각)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진행된 IPBES 제11차 정례회의에서 세계 150여 개국 대표들은 모두 이번 보고서를 승인하기로 했다.

정책결정권자들을 위한 제언을 담은 IPBES 보고서의 요약본과 분석 본문은 이미 배포됐으며 최종 보고서는 내년 안으로 발간된다.

맥켈위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 우리 연구진은 세계가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70여 가지가 넘는 방안들을 발굴해냈다"며 "이들 모두 필요한 비용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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