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향후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 투자심리도 급격히 악화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더불어 글로벌 3대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평가된다.
▲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치 충격으로 국내 반도체주 주가도 하락했다. |
다만 마이크론의 향후 실적 전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대감이 살아있는 만큼 SK하이닉스 주가에게는 긍정적 업황 흐름이 읽힌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1.51%, 3.71% 하락마감했다.
뉴욕증시 장외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가 16%가량 급락하자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이 전날 발표한 2025 회계년도 1분기(9~11월) 실적은 전반적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2025 회계년도 2분기(12~2월) 자체 실적 전망치가 투자심리 악화를 이끌었다.
마이크론은 매출 79억 달러, 주당순이익 1.43달러를 제시했는데 시장 전망치인 매출 89억9천만 달러, EPS 1.92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열기로 반도체업종 종목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이크론의 자체 실적 전망치를 자세히 뜯어 보면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정황들이 포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마이크론의 자체 실적 전망치는 ‘양극화’로 요약된다.
기존 메모리반도체는 고객사들의 재고소진이 더딘 반면 기대감의 중심에 선 AI용 신형 반도체인 HBM 수요는 견조하다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기존 메모리들의 수요 전망치는 낮추는 와중에도 HBM에 대한 수요 전망치는 역으로 상향조정했다.
즉 HBM 비중이 높은 반도체주는 앞으로도 탄탄한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일정 수준 가격 방어가 가능함을 확인했다”며 “HBM에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HBM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과 기존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간에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HBM 기대감 이외에 호재도 상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미국 정부로부터 4억5800만 달러(약 6638억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 받았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려는데 미국 정부가 관련법에 따라 지원한 것이다.
미국은 AI 산업의 본산으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 완공으로 더욱 탄탄한 HBM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을 보면 HBM에 대한 기대감은 강해 SK하이닉스에 주목하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
외국인투자자 수급도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 3일 이후 SK하이닉스에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은 4일부터 이날까지 총 13거래일 가운데 총 9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를 순매수했다.
비상계엄 이후 국내증시는 불확실성 확대로 개인과 외국인이 떠나고 기관이 수급을 지탱하던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지속적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기대감도 받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연결기준 7조8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분기보다 11% 증가하는 것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BM을 포함한 AI 서버향 고부가 제품 중심의 탄탄한 수요가 집중되며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을 개선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