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보급형 전기차 국내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이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위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기차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비야디(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 BYD > |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국내 전기차 시장에 보급형 신차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위축세를 보였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이를 계기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3만9067대로 전년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직격탄을 맞아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판매 감소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감소한 곳은 한국뿐이었다. 앞서 국내 전기차 판매량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115.1%, 2022년 63.8%였다.
다만 올 하반기 작은 차체에 가격을 낮춰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들은 시장 침체를 뚫고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는 지난달까지 단 5개월 만에 1만2390대가 판매돼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국내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월 평균 판매량은 2478대로 국내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연간 전기차 판매 1위 현대차 아이오닉5의 당시 월 평균 판매량 2283대를 넘어섰다.
지난 8월 출시된 현대차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8~11월 7431대, 월 평균 1858대의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해 최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국내 기준 501km로,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 동급 모델인 기아 니로 EV보다 100km가량 크게 늘렸다. 하지만 판매 시작 가격은 니로 EV(4855만 원)와 비교해 기본모델 기준 860만 원, 롱레인지 모델 기준 440만 원 낮췄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보다 용량이 높은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기준 278~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한 차급 아래인 기아 경형 전기차 레이 EV(205km)보다 73~110km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지만, 시작 가격은 2740만 원으로 레이(2735만 원)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테슬라는 기존보다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인 중국산 모델을 들여와 침체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형 전기 SUV 테슬라 모델Y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1만7671대(월평균 1606대)가 판매돼 연간 수입 전기차 판매 1위 등극이 유력하다.
테슬라의 중형 전기 세단 모델3는 지난 4월 국내 판매를 본격 시작한 뒤 8개월 만에 1만319대(월평균 1290대)가 팔렸다.
테슬라는 작년 9월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 올 4월 중국산 모델3 부분변경 모델을 들여오면서 판매 가격을 기존 미국산보다 각각 2천만 원, 약 1천만 원 가량 내렸다.
내년엔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BYD도 국내 저가 전기차를 출시한다.
기아는 내년 1분기 EV3에 이은 브랜드 두 번째 전기차 대중화 모델인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국내 출시한다.
지난 9월 경기 오토랜드 광명에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EVO) 플랜트'를 준공한 기아는 EV3와 EV4 생산을 통해 15만 대 규모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차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 기아 'EV5'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
회사는 내년 준중형 전기 SUV EV5도 국내 출시한다. 앞서 작년 11월 중국에 출시한 중국 예천 공장산 EV5에는 14만9800위안(악 2880만 원)의 파격적 가격표가 붙었다.
내수용 EV5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중국형 모델과 달리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며, 기아 광주1공장에서 생산된다.
미국 테슬라도 내년 상반기 보급형 전기차 모델Q(가칭)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출시 뒤 곧 국내 판매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판매 예상 가격은 3만7499달러(약 4350만 원) 수준으로, 원화 표시 가격 기준 국내 모델3 판매가격(5199만 원)보다 850만 원 가량 싸다. 모델Q 역시 중국 생산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중국 BYD는 내년 1월 국내 승용차 브랜드를 출범하고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 출시 차종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형 전기 세단 '실'과 소형 전기 SUV '아토3',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전기차 모델의 중국 판매 시작 가격은 실 17만9800위안(약 3570만 원), 아토3 11만9800위안(약 2370만 원), 돌핀 9만9800위안(약 1980만 원)이다. 일본 판매 가격은 각각 528만 엔(약 4890만 원), 460만 엔(약 4260만 원), 363만 엔(3365만 원)이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는 만큼 애초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선 보급형 전기차의 본격 출시가 전기차 시장 캐즘 극복의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7% 후퇴했지만, 최근 10월엔 전년 동기보다 6.9% 늘며 회복세를 보였다.
유럽 비영리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E)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내년까지 2만5천 유로 미만 전기 신차 출시가 잇따르면서 내년 유럽연합(EU)에서 전기차는 20~24%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10월 EU 전기차 판매 비중은 13.2%였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9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늘었다. 3분기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은 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산업 분석 디렉터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와 할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지만, 더 저렴한 전기차가 시장에 나오고 충전 등 인프라가 개선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