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갑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에서 제노스코 쪼개기 중복상장 규탄대회에서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를 지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중복 상장을 철회하라! 자식 편법 증여하는 김정근은 물러나라!”
매서운 추위에도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모인 오스코텍 소액주주 20여 명은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 시도 철회와 함께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의 퇴진을 소리높여 외쳤다.
이들은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를 상장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복상장에 따라 오스코텍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조치를 김정근 대표의 편법 증여 의혹과 연계해 보기도 했다.
최영갑 오스코텍 주주연대 대표는 “국내 최초 FDA 승인받은 항암신약 렉라자를 똑같이 개발했음에도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주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오스코텍 주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정근 대표의 자녀가 제노스코 보스턴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다”면서 “제노스코 상장을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장을 통해 가족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최영갑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주주 박사철 씨는 “오스코텍은 바이오사업 선두주자로 평가받던 기업인데 제네스코 상장 추진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한순간에 4만원대에서 현재 2만원대로 급락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박사철 오스코텍 주주(사진)는 제네스코 지분 구조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는 ”제네스코 설립 당시 오스코텍의 지분은 75%였는데 지금은 소리소문없이 59%로 줄었다“며 ”우리의 재산이 축소되었는데 이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지분 구조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렉라자 판매 로열티에 따른 수익이 제노스코에도 일정 부분 전해지는 만큼 자회사가 따로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오스코텍은 2015년 전임상 단계에서 렉라자를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유한양행은 임상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이를 다시 기술이전했다. 렉라자 상업화에 따른 기술료 및 로열티는 유한양행이 60%를 갖고 오스코텍에 40%를 분배한다. 오스코텍은 이를 다시 제노스코와 50%씩 나눠 갖는다.
실제로 9월 오스코텍은 렉라자의 유한양행 기술이전 마일스톤 분배금으로 321억 원을 받았다. 얀센이 미국에서 렉라자를 출시하면 판매 로열티(현지 매출의 10~15%)를 별도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오랜 적자에 시달렸던 오스코텍을 바라봤던 주주들에게는 단비 같은 일이다.
하지만 10월 제노스코가 10월2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주주들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일사불란하게 모여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선출하고 뜻을 모았다.
박사철 주주는 ”제노스코가 렉라자 FDA 승인이 임박한 시점에서 200억 원 투자를 받았는데 마일스톤이 유입될 시점에서 불필요한 자금조달이었고 투자 금액 산정도 헐값으로 이루어졌다”며 ”김정근 대표 아들이 제네스코에 근무하고 있는데 상장 이후 특수 관계 이익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대주주 중심 경영의 민낯을 꼬집었다.
이날 모인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믿고 장기 투자해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김정근 대표에 대한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오스코텍 소액 주주 비율은 70%가 넘는다. 오랜 기간 함께 투자해서 이룩한 성과에 대한 결실을 누리려는 시점에서 대주주 위주 사익 편취로 흘러가는 사태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오스코텍의 자회사 상장 시도는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이사의 연임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김정근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5년 3월 만료된다. 사내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결의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되지 못하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진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보통결의로 결정되며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과 주총 참석 주식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김 대표가 보유한 오스코텍 지분은 9월 말 기준으로 12.46%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2.86%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오스코텍 지분은 71.33%다.
김 대표로서는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재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기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결집한 오스코텍 소액주주는 총 1587명, 모인 지분은 13.54% 수준이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아직 3달 넘는 시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지분은 더 모일 가능성이 크다.
최영갑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재 액트를 통해 모은 지분은 13.5%인데 실제 지분을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주주들 지분까지 합치면 20% 이상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근 대표는 2019년부터 제노스코 상장을 고려해 왔으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기업설명회를 열고 "제노스코의 연구개발 자금 확보와 성장 가속화를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노스코가 상장되더라도 지분법에 따라 오스코텍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제노스코 상장을 막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영갑 소액주주 대표는 “제노스코 상장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답변서를 달라고 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 “김정근 대표 선임안을 부결시키고 초당적결의제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예전에는 김정근 대표를 믿고 맞기자는 주주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주주들의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오스코텍 정관 27조에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주주제안권으로 인하여 해임하거나 선임하는 경우에는 발행주식 총 수의 5분의 4이상의 찬성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지분 80%를 모으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전에도 해당 정관은 폐지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