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주항공이 결손금을 보전하며 밸류업 계획을 이행할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항공의 현금 배당 상당 부분을 누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로서는 계열사 지원 등으로 빠듯해진 상황에서 현금 여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 제주항공이 결손금을 보전하며 밸류업 계획을 이행할 기반을 마련했다. |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시기 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는 형편이었지만 이제 그룹을 뒷받침하는 위치에 섰다.
제주항공은 18일 제주도 신라스테이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을 활용해 결손금을 보전하는 의안을 결의했다.
제주항공은 3분기 말 기준으로 결손금이 3221억 원으로 이익잉여금이 음수인 만큼 현금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으로 결손금을 보전하는 한편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다.
현재 수준의 영업환경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만으로 결손금을 메우기 위해서는 2~3년은 더 기다려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준비금을 활용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한 조치는 주주환원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됐지만 제주항공 최대주주 AK홀딩스가 과반의 지분율(50.37%)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룹으로 향하는 현금 통로를 개설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향후 배당성향을 최대 35% 수준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순이익(1343억 원)을 기준점으로 놓는다면 약 470억 원의 배당을 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애경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가장 열악한 곳은 백화점사업을 하는 AK플라자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은 440억 원이었는데 올해도 1~3분기 내내 분기별 순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AK홀딩스는 자금 대여를 하고 유상증자를 하는 등 AK플라자를 향한 자금 지원에 현금을 쏟아 붓고 있다.
AK홀딩스는 19일 AK플라자에 601억 원을 투입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애경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애경산업은 중국 내 화장품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애경산업의 해외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약 70%로 중국의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탓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애경그룹 내 제주항공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애경그룹의 지난해 계열사별 연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1698억 원으로 애경산업(619억 원)과 애경케미칼(451억 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AK플라자는 지난해 영업손실 269억 원을 냈다.
그룹 내 제주항공의 위상은 불과 몇 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 적자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연도별 영업손실은 2019년 329억 원, 2020년 3358억 원, 2021년 3171억 원, 2022년 1797억 원이다.
자금 사정도 안 좋을 수밖에 없었고 수 차례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제주항공은 2020~2023년 4차례에 걸쳐 6111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제는 제주항공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쪽에서 도움을 주는 쪽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제주항공 측은 현금배당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성향을 유지해 총주주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주식 시가총액 1조3천억 원 이상 수준을 회복한다는 목표도 정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