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12-18 15: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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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갤러리아의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매장 확대에 집중하면서 식음료 부문 실적은 좋아졌지만 백화점 부문과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
▲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매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18일 유통업계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파이브가이즈 사업 확대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한국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창업주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신뢰를 쌓았고 한국 사업 계획을 전달하며 계약을 이뤄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에만 파이브가이즈 매장 3개를 오픈했다. 현재 강남점, 여의도점, 고속터미널점, 서울역점, 판교점 등 매장 5개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갤러리아광교에 6호점을 열기로 했다.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식음료 부문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3년 6월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식음료 부문 매출을 살펴보면 2023년 3분기 34억 원, 4분기 68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88억 원, 2분기 128억 원, 3분기 155억 원을 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5.9% 증가했다.
파이브가이즈 판교점을 제외한 4개 매장은 전세계 파이브가이즈 매장 1900여 개 가운데 매출 순위 톱10에 들 정도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식음료 부문 매출 규모가 아직 작을 뿐만 아니라 한화갤러리아 매출 비중은 백화점 부문이 91%, 식음료 사업부문이 9%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본업인 백화점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야하는데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실적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해 백화점 부문 매출은 480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14.8%가 감소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가운데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갤러리아 명품관은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한화갤러리아는 전국에서 점포 5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5개 모두 매출이 역성장했다. 본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그동안 명품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차별점을 가져갔다. 실제로 백화점 부문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나온다. 갤러리아 명품관 매출 가운데 명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 명품 소비 성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가운데)은 파이브가이즈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한국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창업주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신뢰를 쌓았고 한국 사업 계획을 전달하며 계약을 이뤄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서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인 명품 브랜드 20개 가운데 11개의 백화점, 플래그십매장, 아울렛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었다. 샤넬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1997년 국내에 첫 백화점 매장을 낸 이후 처음이다.
백화점업계 경쟁사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전략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전에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MZ세대 공략 등을 위해 팝업스토어 유치, 식음료 매장 강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각 백화점마다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갤러리아 명품관하면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명품 전략을 놓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화갤러리아가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다양한 시도에 있어서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파이브가이즈와 갤러리아백화점의 시너지도 내지 못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가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내년 3월 갤러리아광교가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 그룹에서 신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너 3세로서 한화갤러리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상 본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 등 주력 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진 형들과 비교해 비교적 경영수업에서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한화건설에서 신사업전략팀장으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2017년 1월 ‘청담동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한화건설을 퇴사했다. 2017년 9월 ‘변호사 폭행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로 복귀하기까지 거의 4년을 한화그룹 밖에서 돌았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형들보다 계열사에서 늦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김동선에게 한화그룹 안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형들이 이미 주력 계열사 수장 역할을 하고 있어 김동선이 한화그룹 오너 3세 경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성과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도 ‘한화그룹 유통과 레저 계열사를 주도할 오너 3세’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