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올해 들어 해외에서 수입한 반도체 물량과 액수, 해외 시장에 수출한 반도체가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의 규제 강화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SMIC 반도체 공장 참고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올해 해외에서 수입한 반도체 물량과 액수가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중국 기업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사양 반도체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기 위해 ‘사재기’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저사양 반도체 수출 물량도 대폭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해외에서 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하게 파악됐다.
1~11월 중국에 수입된 반도체 물량은 5014억7천만 개 안팎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보면 3490억 달러(약 500조 원)로 지난해 1~11월 대비 10.5% 늘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 강화를 예측하고 사업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고 확보에 속도를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이 HBM을 비롯한 첨단 고사양 반도체나 생산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사실상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새 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140곳이 미국 블랙리스트에 새로 포함되는 내용의 강력한 규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이번 조치로 인공지능(AI) 또는 군사 기술 발전에 필요한 HBM을 수입할 수 없게 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중국이 해외에 수출한 반도체 물량과 액수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11월 중국이 수출한 반도체는 약 2716억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다. 금액은 1450억 달러(약 208조 원)로 18.8% 늘었다.
미국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 수입을 늘려 재고 물량을 쌓아두는 한편 저가형 반도체 수출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낸 셈이다.
중국은 자체 생산이 가능한 저사양 반도체 해외 수출 물량을 늘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고 경쟁사를 밀어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미국의 새 반도체 제재 조치가 발표된 뒤 자국 반도체와 IT기업 등을 대상으로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