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12-11 16: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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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방산주는 담고 금융주는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기초역량)과 한시적 정책 기대감의 차이가 외국인 수급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증시 위기 속에서 외국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3.75% 상승마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우주방산’,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 등 ETF도 각각 3.75%, 3.35%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들 ETF는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 등 국내 방산 대표종목을 담고있는 지수다.
외국인들의 수급이 들어온 결과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이후 증시 수급은 개인과 외국인의 이탈과 기관의 홀로 떠받치기로 요약할 수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4일 이후 이날까지 6거래일 동안 하루(9일)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난 것인데 그 와중에 방산주는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을 보면 3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03억 원), 6위에 현대로템(636억 원), 18위에 한화시스템(147억 원), 22위에 LIG넥스원(132억 원), 24위에 한국항공우주(91억 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산업종이 저가매수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정세불안 속 강력한 실적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상계엄 이후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표적 수출 실적주로도 떠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향후 방산주의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국내증시 불안은 방산주의 실적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산 수출은 국가가 아닌 개별 기업이 주체이며 설사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방산 수출 증대는 1990년대 이후 역대 모든 정부의 숙원이었으므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안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방산주의 수출 증가는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무기체계 시장을 고려하면 중동, 동유럽,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 동력이 발생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어 “수출 경쟁력의 근본적 훼손이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주가하락으로 오히려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2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위 4개 방산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110억 달러(15조7412억 원)로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방산업 성장속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한국 방산기업들은 유럽 등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금융 등 밸류업 관련주는 정권의 몰락 속에 빠르게 외국인 수급이 빠져나가고 있다.
반면 현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으로부터 수혜를 받던 금융주는 외국인에게 빠르게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KB금융(2위), 신한지주(3위), 하나금융지주(5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밸류업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정권의 붕괴와 함께 빠르게 상승분을 뱉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비중과 비교해 봤을 때 외국인은 금융주를 예상보다도 더 많이 매도했다”며 “정책 동력 약화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 매도 움직임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산주와 금융주를 향한 외국인투자자의 엇갈린 수급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 연구원은 “결국 외국인의 매매패턴은 뚜렷한데 방산주 등은 가격조정을 매수기회로 활용한 반면 밸류업 등 정책 관련주는 비중축소했다”며 “이를 통해 중장기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