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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타워 브리지를 보고 싶다면 타워 브리지로 가지 말 것

반유화 yoowha.bhan@gmail.com 2024-12-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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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타워 브리지를 보고 싶다면 타워 브리지로 가지 말 것
▲ 타워 브리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타워 브리지 코앞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내려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혹시 ‘타워 브리지의 역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친구들과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황당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으로 이 말에 대해 서둘러 설명하겠다. 이 역설의 기원은 친구들이 오래 전 유럽으로 떠났던 배낭여행이다. 영국 여행 중 친구들은 멋진 타워 브리지 야경을 감상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버스를 타고 타워브리지 앞에 내렸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혹시 무엇이 문제였는지 짐작이 되는가? 

그렇다. 타워 브리지 코앞에서는 타워 브리지를 절대로 한눈에 감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타워 브리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내렸어야 했다. 그 날 친구들이 얻은 교훈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타워 브리지를 보고 싶다면 타워 브리지로 가지 말 것”. 이 에피소드는 이렇게 우리 사이에서 타워 브리지의 역설로 오랫동안 자리 잡게 되었다.   

나는 이 역설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바로 이 타워 브리지의 역설이 가장 잘 적용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에 압도되어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고민이든,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는 때로 우리를 사로잡아 버린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자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음을 관찰하기도 전에 비판이 먼저 끼어들어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방해한다. “이런 감정이 들다니, 나는 정말 유치해.”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부끄러운 생각만 하는 걸까?”

생각과 감정의 한가운데에 있는 바람에 결국 우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타워 브릿지의 역설처럼 그 중심에서 오히려 벗어나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감정과 생각에서 적절히 멀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들을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는 현대적 명상이라고도 불리는 마음챙김(mindfulness) 기법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바꾸려 하지도 않고, 그저 알아차리려고만 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타워 브리지에서 멀어져 타워 브리지를 제대로 바라보고 싶어도, 타워 브리지는 우리가 멀어지는 것을 계속 방해하며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타워 브리지에서 벗어나 타워 브리지를, 즉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을까?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하겠다. 

1)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기 

우리가 자신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직장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원래대로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또 실수를 했어. 사람들이 나를 바보 같다고,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겠지. 진짜 사라지고 싶다. 어떡하지?”

이제 이 문장을 3인칭으로 바꿔보자. “김ㅇㅇ은 오늘 팀 회의에서 실수를 했다. 그는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며 창피함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3인칭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차분해진다. ‘난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는 자책에만 머무르는 대신, ‘실수를 했군.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창피했겠지. 어떻게 수습할지를 고민하자’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2) 내가 아닌, 친구나 동료의 문제라고 가정하고 접근하기 

내가 아닌 친구나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상상해보는 방법이다.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라면 “난 정말 답없는 인간이야. 이번 학기도 다 망쳤어.”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상황을 친구가 겪고 있다면 어떻게 말해주었을까?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서 속상하겠네. 하지만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게 다 망쳐진 건 아니잖아. 남은 다른 시험에 최선을 다해보자.” 아마도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나의 문제도, 내가 전혀 관심 없는 타인의 문제도 아닌, 내가 아끼는 동료의 문제 정도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타워 브리지의 역설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도 나는 이 역설을 종종 떠올리며, 스스로의 마음에 너무 압도되지도, 반대로 너무 멀어지지도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오늘 당신이 꼭 보고 싶은 타워 브리지가 있다면,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 그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며 스스로에 대한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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