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적발된 3천억 원대 경남은행 횡령사고를 놓고 경남은행이 예상보다 강한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 경남은행이 횡령 사고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으며 예경탁 경남은행장 연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은행 횡령사고가 예 행장 시절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상황 속 내려진 중징계인 만큼 예 행장 연임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예 행장 취임 뒤 경남은행이 꾸준히 호실적을 내고 있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놓고 볼 때 연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경남은행에 내려진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징계는 애초 예상보다 무거운 징계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의 기관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나뉜다. 기관주의가 가장 낮은 수준이고 기관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6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인가취소 직전단계의 중징계로 내부통제 관련 은행이 받은 제재수위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경남은행의 3천억 원대 횡령 행위와 관련해 6개월 영업 일부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급을 2025년 6월1일까지 할 수 없다.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징계가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앞서 9월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의결한 기관경고보다 무거운 징계가 내려진 셈이다.
더구나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최소 1년 동안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금융당국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경남은행은 최근 핀테크사와 협업하는 등 대출 이외에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준비하던 신사업들도 당분간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징계 대상이 된 횡령 사건은 금감원이 2023년 8월 진행한 경남은행의 부동산 PF대출 검사 결과에 따라 수면 위에 올랐다.
검사 결과 투자금융부 직원이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사업장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 자금을 ‘대출 돌려막기’식으로 약 3089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이 가운데 경남은행이 입은 순 손해액은 595억 원이다.
예 행장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로 현재 임기 막바지에 있다.
예 행장은 지난 임기 순조롭게 호실적을 이어가며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지만 이번 제재로 연임에 큰 암초를 만난 셈이다.
예 행장은 횡령 발생 당시 행장은 아니었지만 이후 사고 처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대응으로 리더십 관련 지적을 받았다.
예 행장은 7월 이사회에서 횡령 사태에 따른 순손실을 수습하기 위해 직원들의 성과급 일부 환수를 결정해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성과급 환수결정은 번복됐지만 관련 내부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해서 압박하고 있는 점도 예 행장 연임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당장 이날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내부통제 강화와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 관심과 노력을 당부한다”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 지배구조 관행의 우수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예 행장 취임 뒤 경남은행 실적이 그룹 전체 실적 상승에 기여하고 있고 꾸준히 내부통제 강화에 힘쓴 점은 연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남은행은 예 행장 취임 뒤 계속 순이익 상승세를 이어왔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571억 원을 내며 2014년 2014년 BNK금융그룹 편입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한 2908억 원을 냈다.
반면 BNK금융그룹에 속한 다른 계열사들은 올해 다소 아쉬운 순이익을 냈다.
3분기 누적 기준 부산은행(-2.1%), BNK투자증권(-77.7%), BNK벤처투자(-37.0)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순이익을 올렸다.
▲ 경남은행은 내부통제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횡령 사고 발생 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예 행장 취임 뒤 내부통제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도 크게 강화했다.
예 행장 본인도 지난해 8월 금감원이 횡령 사실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경남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경남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 혁신과 금융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전담할 내부통제분석팀을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새로 출범시켰다. 2023년 12월 조직개편에서는 바른경영 실천과 내부통제 혁신을 위한 윤리경영부(상시감시팀)를 신설했다.
임원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과 전체 임직원 ‘준법·윤리경영 실천 서약식’을 실시하는 등 임직원 교육과 인식 강화에도 힘썼다.
경남은행은 이번 제재 뒤 더욱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 회복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은행은 27일 금융위 제재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 “금융당국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한층 더 투명하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환골탈태하겠다”며 “고객과 지역사회가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실질적 변화와 혁신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