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12월2일 강화된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인문학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 반도체 규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기존 ‘레거시 D램’ 규제는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규제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삼성전자는 HBM 중국 규제에 따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 등 미국에 대부분 HBM을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HBM 중국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5세대 HBM인 HBM3E 인증과 대량 공급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28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오는 12월2일 바이든 행정부의 강화된 대중 반도체 규제가 공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기존 D램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규제는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D램 제조사 CXMT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내다봤다.
CXMT는 레거시 D램으로 불리는 DDR4 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으로 공급을 급격히 늘려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1~2년 앞당겨 2세대 HBM2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HBM 수출 통제 조치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소식통은 “미국의 최신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는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HBM 칩에 대한 조항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새로 시행될 대중 반도체 규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 매출은 반도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주력 제품인 가전과 스마트폰 등은 중국에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중국 매출은 49조4274억 원이다. 2023년 연간 대중 매출인 42조2천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2024년 연간 중국 매출은 반도체 호황이었던 2022년 매출(54조7천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세계 지역별 매출에서 1위에 올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미주 지역이 중국보다 10조 원가량을 매출이 더 많았다. 올해 3분기까진 중국 매출이 미주 지역보다 3조 원가량 더 많다.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매출 증가는 HBM 수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등 외신은 중국 기업들이 강화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2와 HBM2E를 사들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의 HMB 중국 규제 영향을 일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올해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의 누적 중국 매출은 12조76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6210억 원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삼성전자와 비교해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지역 매출이 가장 크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에 5세대 HBM3E를 공급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미주지역 매출은 27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주 지역 매출 9조7300억 원보다 2.8배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최근 4세대 HBM3 미만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이번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2세대 HBM2와 3세대 HBM2E는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HBM3E 8단과 12단 제품의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